충주署 A여경 자살 관련, 익명투서 의존 무리한 조사 ‘죽음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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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지방경찰청

    충북경찰청의 감찰을 받던 충주경찰서 소속 30대 여경이 지난달 26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과 관련,  감찰이 A여경(38)을 ‘아니면 말고’식의 무차별 마녀사냥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감찰이 A경사에게 뒤집어 씌운 혐의는 아침 초과근무를 찍고 근무준비 후 잠시 어린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러 집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이것을 ‘근무태만’으로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약에 하나라도 구체적 정황이나 증거 없이 익명의 투서 하나 만으로 혹독하게 감찰을 한다면 혹시라도 헛발질해 죄 없는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금까지 주변에서의 자살사례를 보면 유서를 잘 적어놓고 떠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다음 깔끔하게 죽는 게 아니라 갑자기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우울증 등으로 인한 충동적 자살의 경우에는 물론 사전에 자살의 징후는 약간 보이기는 하지만 정말 자살할 지의 여부는 주변인이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일은 가벼운 사안 임에도 익명의 투서에 의존해 몰래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물론 조사과정에서 잘못을 시인하도록 협박성 회유를 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동료로서 일말의 배려도 없이 중죄인 취급을 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붙였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족들은 경찰의 무리한 감찰이 A여경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목숨을 끊은 A여경이 집에서 나와 경찰서로 출근하기까지의 동선을 감찰 담당자들이 모두 알고 있었고 이를 동영상 촬영까지 했다”며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3년 전 이미 조사가 이뤄져 잘못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문제를 가지고 이번에 다시 조사를 받았다”며 “음해성 투서를 가지고서 2개월이 넘게 감찰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충주경찰서에서 함께 근무해온 남편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사망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경찰 지휘부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 부적절하고 강압적인 감찰의 행태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민·형사상 법적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경찰들 역시 A여경의 죽음이 조직 내부의 감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동료 경찰관으로서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은 자체 조사를 벌여 충북지방청의 감찰 행태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충북청 청문·감사담당관 등 감독자는 물론 감찰 관계자들을 인사·징계 조치하는 등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한편 지난 19일 박재진 충북지방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숨진 A경사의 남편인 정모 경사(39)와 짧은 만남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박 청장은 이 만남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당초 사건의 발단이 된 ‘익명의 투서’는 법테두리 내에서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충북청은 총경급 간부 3명과 외부 변호사 2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숨진 A여경에 대한 1차 감찰조사 폐쇄회로(CCTV) 녹화자료와 조서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숨진 A여경의 남편 정 경사는 박 청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충북청 감찰 관계자가 ‘A경사의 동선 파악이나 강압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감찰 매뉴얼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줄곧 거짓 반박한 데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 지방청의 감찰 행태를 철저히 점검해 부적격자를 퇴출하고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감찰조사에 영상녹화와 진술녹음제 도입은 물론 익명의 투서에 대한 처리절차도 정비하기로 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아무튼 충북경찰청의 지나친 감찰조사 인정과 이철성 경찰청장에 이어 박재진 충북청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얼마나 가혹했으면 A경사가 죽음의 길을 선택했을까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