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의원들이 갖는 기대에 상응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면 할 것"
  • "제 리더십이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하다고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그게 제게 엄청나게 가혹한 시련이 된다 하더라도 나를 희생시켜가면서라도 그 역할을 맡아서 해나가야 하는 것이 5선 국회의원까지 만들어준 당에 대한 의원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5선·경남 마산합포)이 내달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출마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젖혔다.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시련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며, 당내 의원들의 원내대표 출마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실었다.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동료 의원들 의견 경청하면서, 필요하다면 결단"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1년 5월 6일 한나라당 의원총회. 원내대표 경선을 지켜보던 의원들 사이에서 "어, 어"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예상을 뒤엎고 황우여 원내대표·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안경률~진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이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반 년 뒤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게 될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는 지금 그러한 위기감이 있는가. 수면 위는 일견 평온하지만 물밑에서는 숨가쁜 움직임이 오가고 있다. 의원회관 8층 이주영 의원실의 문턱이 닳을 정도로 많은 의원들이 드나들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눈높이에서 원내 전략을 잘 세워가야 하는데, 그런 게 필요한 시기에 리더십을 갖춘 원내대표가 아니냐는 이야기들을 와서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가 하겠다기보다는, 그런 의견들을 하는 분들이 계시고, 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경청하면서 필요하다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올 수도 있겠다"고 전했다.

    ◆"야당되니 초·재선 때의 야성, 다시 살아나더라"

    왜 이주영인가. 지난 5월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해 한국당이 야당으로 전락한 뒤 처음 치른 올해 국정감사에서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주영 의원은 5선 중진이지만 점잔을 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외교·안보 난맥상을 자정 무렵까지 호되게 추궁하는데 앞장섰다. 여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심재권 외교통일위원장의 편당(偏黨)적인 의사진행이 있을 경우, 이 또한 그냥 보아넘기지 않고 반드시 짚고 넘어갔다. 주변에서 "야성(野性)이 부쩍 살아났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본인 스스로의 평가는 어떨까. 이주영 의원은 "국회의 기본적인 역할은 정부가 잘못하는 부분을 충분히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라며 "야당 의원은 정말 정책연구를 치열하게 해서 정부가 펼치는 정책의 허점을 짚어내고 설득력 있는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이 되니까 초·재선 때의 야성이 다시 살아나서 그런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주위에서도 야성이 강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더라"고 슬몃 웃었다.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현준·이용호 게이트, 대북송금특검 주도… '저격수' 이주영

    초·재선 때의 야성, 단서는 그곳에 있었다.

    지금 한국당의 초·재선의원들은 한 번도 야당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당이 여당이었을 때 당선돼서, 쭉 여당 생활만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야당이다"라고 외치는, 야성이 강하다는 3선 의원조차 2008년 총선에서 당선돼 야당 초·재선 의정활동은 해본 적이 없다.

    반면 5선의 이주영 의원은 초·재선 기간을 오롯이 암울했던 '잃어버린 10년' 시기에 보냈다. 대표적인 '초선 저격수'로 김대중정권을 무너뜨렸고, 재선 의원 때는 이르게 정책위의장에 발탁되면서 정권교체의 토대를 마련했다.

    첫 무대는 이주영 의원이 원내에 처음 진입했던 해인 2000년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불거졌던 '정현준 게이트'였다.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KDL) 사장이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과 공모해 수백억 원의 금고 자금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이 돈의 일부가 김대중정권 핵심 실세 정치인들에게 흘러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주영 의원은 "세간에서 영문 이니셜로 JKK가 등장했다"며 "내가 국정감사장에서 검찰총장을 상대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물었던 것이 당시 'JKK 파동'이라고 해서 권력심장부에 있는 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이듬해 여름에는 '이용호 게이트'가 불거졌다. 이용호 지앤지구조조정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에 소환됐는데 하루 만에 풀려났다는 첩보가 이주영 의원에게 입수됐다.

    이주영 의원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주영 의원의 압박에 배겨내지 못한 검찰은 대검찰청에 이 사건만을 담당하는 특별감찰본부를 신설하고, 이용호 회장을 불입건한 임휘윤 부산고검장과 임양운 광주고검장을 물러나게 했다. 이덕선 군산지청장은 직권남용으로 기소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주영 의원은 "검찰의 권력농단이라는 걸 집요하게 파헤쳐서, 당시 검찰총장부터 서울지검 검사장과 차장검사·특수부장들이 감찰조사를 받고 일부는 물러나고 기소까지 됐던 이용호 게이트의 주역 의원이었다"며 "이듬해(2002년)에는 남북정상회담에 대북 비밀 송금의 뒷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파고들어 결국 특검으로 가게끔 하는 역할을 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이주영을 쫓아내라" vs "다시 들여보내라"

    해마다 '게이트'를 터뜨리고 국정감사에서 정부와 사정당국·권력기관을 압박하는 이주영 의원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정권을 쥐었던 진보·좌파 세력의 골칫거리였다.

    2007년 대선의 전초전은 '이주영을 어떻게든 국회에서 내쫓아라'와 '다시 들여보내라' 사이의 싸움이었다. 당시의 여권은 노무현 탄핵 역풍을 업고 치른 2004년 총선에서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거물 권영길 후보를 경남 창원을에 '역저격수'로 투입해 이주영 의원을 간발의 차로 낙선시켰다.

    이렇게 되자 발을 동동 구르게 된 것은 야권이었다. 대선을 한 해 앞두고 열린 7·26 보궐선거에서 '저 사람(이주영)이 원내로 들어와야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이 불길처럼 일었다. 경남 마산갑에 긴급 투입된 이주영 의원은 47.5%를 득표해, 열우당 김성진 후보(24.6%)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원내에 재입성했다.

    이주영 의원은 "옆의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나자 '저 사람이 들어와야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는 여론에 의해서 내가 재선의원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었다"며 "보궐선거로 들어와 2007년 정책위의장과 정책상황실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경험을 요즘 아는 분들이 많이 언급하더라"고 전했다.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원내대표, 화합과 단결로 당력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 필요"

    "내년 예산심의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정책판단을 잘못한 부분을 제대로 바로잡아가는데 당력(黨力)을 집중해야 할 시기이지, (원내대표) 선거운동을 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연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주영 의원의 마음 속에서는 모종의 '정치적 결단'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듯 하다.

    차기 원내대표에게 필요한 역량을 물었을 때, 이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주영 의원은 작심한 듯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지금 이 시기 원내대표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풀어냈다.

    이주영 의원은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정책 추진을 막아야 할 부분이 있고, 국민이 보기에 야당이라도 적극 협조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 (협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무조건 발목을 잡는 인상을 줘서는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나가기가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번 원내대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국민을 잘 읽어내고 거기에 따라 맞춤형 원내전략을 세워 운영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정책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할 수 있는 리더십, 당의 화합과 단결을 통해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정권 적폐청산 하명수사, 강한 브레이크 걸 것"

    제1야당이지만 원내 소수당이다. 원내전략을 잘 세워 추진을 막아야 할 지점에 제한된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이주영 의원이 생각하는 "강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지점"은 어디일까.

    이주영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의 지시로 각 부처에 적폐청산TF를 구성해서 과거 정부를 정책 문제까지 전부 샅샅이 뒤지고 있다"며 "상하가 의사소통을 하고 조율해서 집행이 된 부분까지도 '코드'가 맞지 않으면 다 적폐로 몰고 있는데, 이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개탄했다.

    이어 "법률 문제를 입혀 수사의뢰를 하고 고발해서, 청와대가 검찰을 정권의 하명(下命)기관처럼 움직인다고 하면 이것은 정말로 검찰의 적폐가 되는 것"이라며 "정책 문제에까지 적폐청산 수사라며 과잉으로 들어가서 손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이런 것은 '검찰의 옳지 못한 적폐수사'라고 판단을 내려줄 수 있도록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는 작업을 펼쳐가도록 하겠다"며 "지나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브레이크를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홍준표와 인연 깊지만… '리더십 장단점' 냉철하게 진단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주영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최근 대여(對與)투쟁을 일면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쉬운 지점 또한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 당 홍준표 대표가 정부가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투쟁하는 측면은 참 잘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펼치는 기간에 공격과 비판을 자제한다든지 그런 것도 잘하기는 한다"고 평가했다.

    또 "결단을 내리고 돌파해야 하는 측면에서는 큰 장점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세련된 메시지와 포용력 있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더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공간에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역할분담' 차원에서 자신의 리더십이 발휘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주영 의원은 "확장성을 발휘해 그런 (결단과 돌파의) 측면에서는 당대표 중심으로, 또 의원들이 할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취사선택해 원내전략을 펼치는 측면에서는 원내대표 중심으로"라며 "의원들이 다같이 이해할 부분은 이해하고, 양보해야 할 부분은 양보도 하면서, 원내대표로서 당내 화합과 결속을 잘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의원과 홍준표 대표 사이의 개인적 인연은 정치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청주지법~지검에서 각각 형사단독판사와 초임검사로 조우했고, 당시 '홍판표'였던 홍준표 대표의 이름을 개명해 운이 트이게 해줬던 이가 이주영 의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3선의 김성태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밀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그러나 이주영 의원은 사사로운 관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홍준표 체제'가 봉착해 있는 리더십의 장단점을 냉철하게 진단하며, 차기 원내대표에게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제시했다.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말그대로 원내대표로서 역할을 해달라는 동료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사사로운 친소(親疏)관계와 개인적 시련을 접어두고 "나를 희생시켜가면서라도"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한결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친홍~비홍 초월하는 정치 해나갈 것"

    내달 치러질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 간의 세(勢)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와중에 이주영 의원을 둘러싼 계파 분석은 복잡하다.

    박근혜정권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냈으니 한때 친박(친박근혜)이라고도 했다가, 누가 봐도 '더 친박'스런 사람들이 생겨나자 또 범박(범친박, 汎朴)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새 지금은 이주영 의원을 친박 내지 범박으로 분류하는 견해가 사라졌다. 모를 일이다.

    이주영 의원은 "5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계파정치라는 것을 해보지를 않았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그 때문에)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당내에서 친박이다 비박이다 친홍이다 비홍이다 하는 것을 초월하는 정치를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간의 행보 또한 실제로도 그랬다. 이것이 대표적으로 드러났던 사례가 지난해 연말 당이 '깨질' 때였다.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가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하자, 친박계는 혁신과통합이라는 조직을 결성하며 '맞불'을 질렀다.

    당시 이주영 의원의 행보를 놓고 예상이 분분했다. 김무성 전 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봉대(奉戴)를 노리고 있을 무렵이었기 때문에, 반기문 전 총장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이주영 의원이 비상시국회의로 가담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이주영 의원 또한 친박 내지 범박이기 때문에 혁신과통합에 함께 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 어느 쪽도 틀렸다. 이주영 의원은 비상시국회의에도, 혁신과통합에도 함께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중도 성향의 의원들과 함께 모여, 계파 간의 극한 세(勢) 대결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사로운 친소관계와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모두 배제한 구당(求黨)의 행보였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자 대표선수를 내세워 한 판 붙을 요량이던 지난해 12월의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서는 '최후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합의추대의 중재를 시도했다. "(합의추대의 대상에) 이주영은 없다"고 미리 천명한 뒤, 사심없는 중재에 나섰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 뒤의 결과는 모두가 익히 아는 바다. 나라가 어려워진 뒤에야 현명한 옛 재상이 떠오른다고, 지난 1년 동안 당이 깨지고 정권이 넘어가고 다시 합쳐지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뒤에야 당내 의원들이 비로소 '그 때 이주영 의원의 제안을 받았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동료 의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뜻을 시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줄세우기' 효력 끝나가던 2011년 원내대표 경선 再版되나

    한 3선 의원이 "다른 어떤 (원내대표) 후보와도 함께 할 생각이 없지만, 이주영 의원이 나선다면 함께 하겠다"고 공언하는 배경에는 그간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재평가가 깔려 있다.

    이주영 의원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간 당내 경선 때마다 배후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며 의원들을 상대로 '줄세우기'를 하고, 결과를 놓고 '장난질'을 치던 세력들이 내달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는 거의 영향력을 잃었다.

    '계파정치의 희생양'이었던 이주영 의원의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당내 여건이 의원들의 당황스런 탄성이 터져나오게끔 만들었던 지난 2011년 5월의 경선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정권 실세'를 자처하던, 입각(入閣)해 있던 한 의원이 의원들을 줄세우고 경선 결과를 좌지우지하려 했지만 실패했었다.

    정작 당사자는 의연하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홍준표 대표도 '우리 당에는 계파가 없다'고 이야기했듯이, 그런 정신을 가지고 치우침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가지고 당내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며 "공천이든 당직 배분이든 능력에 따라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며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당 운영이 돼야 한다"고 '계파정치'를 일축했다.

    나아가 "계파적인 이익이 충돌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하면, 국민은 뭘 바라는가의 차원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모든 분들과 소통하면서 필요하면 설득도 하고 양보도 얻어내는 리더십이 화합과 결속을 높여가는 당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의원들 기대 있어… 적절한 시기에 상응하는 결단"

    보수대통합을 놓고 정치적 거취를 숙고하고 있는 정병국 의원은 얼마전 펴낸 〈나는 반성한다〉에서 2014년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지 않고, 끈기있게 달라붙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 보수정치의 가장 큰 병폐"라면서도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은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과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사고 당시 139일 동안 진도 팽목항 현장을 지켰던 이주영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다시 목포로 향했다. 이튿날 열릴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합동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사고 이후로 한시도 몸에서 떼지 않고 있는 세월호 미수습자들의 사진을 늘 그렇듯이 품에 안은 채였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10년간 보수정당을 쪼개놓았던 계파정치가 막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이주영 의원의 '진정성의 정치'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인가.

    정당의 경계를 넘어 보수정치인들로부터 폭넓은 호감을 사고 있는 그가 자유한국당의 원내사령탑의 자리에 올라, 아직도 미완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받는 보수대통합을 완성시켜낼 것인가. 당의 화합과 결속을 이뤄내고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리더십으로 대여투쟁의 강력한 선봉장으로 나설 것인가.

    재차 물어도 "개인적인 이익이 아니라, 5선까지 했는데 모든 것을 당을 살려가는데 필요한지 어떤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의원들이 내게 가지는 기대와 요구가 있어서, 상응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하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이 될 때 결단을 내려서 필요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언제가 적절한 시기일 것이며 '상응하는 결단'은 어떻게 내려질 것인가. 한국당 내의 의원들과 보수정치의 재생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이주영 의원의 입에 쏠리는 기간이 한동안 계속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