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 참모총장, 사우디 언론과 사상 최초 인터뷰
  • 이스라엘 정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 이란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관련보도 화면캡쳐.
    ▲ 이스라엘 정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 이란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스라엘과 주변 이슬람 국가들은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숙적’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리아와 예멘 내전에 이란과 러시아가 개입한 뒤부터는 협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레바논 상황을 보면 조만간에 폭발할 화약고로 보인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 ‘하레츠’ 등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 방위군 육군 중장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공동의 적 이란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 공유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가디 아이젠코트’ 중장은 이스라엘 방위군 참모총장이다. 아이젠코트 참모총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레바논에서 세를 불려가는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고 한다.

    아이젠코트 참모총장은 이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만 레바논의 헤즈볼라에게 이스라엘이 먼저 전쟁을 걸 뜻은 없지만 전략적 위협이 도래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젠코트 참모총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에 “우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이 지난 11년 동안 긴장감없이 조용했던 것이 기쁘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우리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아이젠코트 참모총장은 “중동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그 배후세력인 이란에 맞서야 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해 이들의 위협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아이젠코트 참모총장은 인터뷰에서 “이란은 레바논에서 이란까지, 걸프에서 홍해까지 아우르는 초승달 지역을 시아파가 지배하는 땅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면서 “이스라엘은 근대화된 아랍 국가들과 이미 협력한 경험이 있으며, 이제는 이란의 야욕을 막기 위해 관련 첩보를 교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젠코트 참모총장의 이 발언은 세계 무슬림의 90% 가까이 되는 수니파 무슬림의 '수장'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의 정서를 겨냥한 것으로 보였다. 이란은 시아파의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다.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정보를 공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이젠코트 참모총장은 “우리는 필요하다며 정보를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에는 공통의 이익이 많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들이 멸절시켜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 방위군 책임자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과의 인터뷰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평가가 서방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중동전문매체인 ‘미들 이스트 아이넷’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는 그 어떤 공식적 외교관계도 없다”면서 “이스라엘 방위군 고위층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미들 이스트 아이넷’은 또한 지난 6월 이스라엘 TV방송국 ‘채널 2’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하미드 하킴’ 제다 중동연구소 소장을 이스라엘 방송 사상 처음으로 인터뷰하는 등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물밑 교류는 점차 활발해져가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미들 이스트 아이넷’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냉전 시절에는 서방 진영 정부들과 함께 공산주의에 맞섰지만, 그 후 예루살렘 문제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정착촌 문제로 계속 갈등이 있었다”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협력하려는 분위기의 원인으로 이란과 헤즈볼라를 꼽았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 중동 지역은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 점령했을 때보다 더 불안한 상황이다.

    레바논의 사드 알 하리리 총리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헤즈볼라와 이란의 위협 때문에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것,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국제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 시리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테러조직 ‘대쉬(ISIS)’와의 싸움에 헤즈볼라 민병대와 이란 공화국 혁명수비대 특수부대가 참전한 점 등이 서로 관련이 있는 사건들이다.

    그 뒤에는 이란과 이들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하마스, 이들과 무기 거래를 하는 북한, 그리고 이들 모두의 후원자를 자처하다시피 하는 러시아가 엮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