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6일, 26초짜리 편집 영상 공개예고…‘음모론’ 우려 나오자 연기
  • 관광객들이 돌아간 뒤 판문각 문을 잠그는 북한군 판문점 경비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광객들이 돌아간 뒤 판문각 문을 잠그는 북한군 판문점 경비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할 당시 상황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JSA를 관리하는 유엔사령부가 지난 16일 오전 당시 영상을 공개하려다 돌연 일정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국방부에 있던 기자들은 유엔사령부가 북한군 병사의 귀순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한다는 예고를 듣고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16일 오전에 공개할 CCTV 영상이 귀순 당시를 담은 전체 영상이 아니라 편집한 26초짜리 영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과거 ‘천안함 폭침’ 때나 ‘연평도 포격도발’ 때, 세월호 침몰 사고 때와 같이 ‘음모론’이 생겨 사회적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유엔사령부가 26초짜리 CCTV 편집 영상을 공개하겠다면서 북한군 추격조의 사격과 이들이 군사분계선 월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장면은 모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방부 기자단은 “40여 분 동안 일어난 일을 26초짜리 영상만으로는 진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전체 영상 또는 그에 준하는 영상 공개를 요청했다고 한다.

    국방부와 유엔사령부 측은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회의를 가진 끝에 CCTV 영상 공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유엔사령부 측은 “결정권자인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 사령관이 해외 출장 중이고, 내부 의견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공개 연기 사유를 밝혔다고 한다.

    북한군 병사가 JSA로 귀순할 당시 CCTV 영상은 결국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16일 밤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북한군 병사가 귀순할 당시 북한군 추격조 4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왔다”고 보도했다.

  •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의 JSA 귀순을 당시 시간대별로 정리한 그래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의 JSA 귀순을 당시 시간대별로 정리한 그래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일보’는 지난 16일 “북한군 병사가 JSA로 귀순할 당시 북한군 추격조 4명 중 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황급히 되돌아간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병사의 귀순 당시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북한군 추격조 4명 중 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거리는 약 3~4m, 시간은 1초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소식통에 따르면 CCTV에는 추격조 중 1명이 군사분계선 상에 있는 중립국 감시위원회 회의장 건물 중간 부분 아래까지 내려온 모습이 찍혔다”고 덧붙였다.

    JSA 지역 내에 남북 양측을 감시하는 중립국 감시위원회 회의장 건물 주변에는 군사분계선을 표시하는 선 또는 철책 등이 없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당시 JSA경비대대 측은 북한군 추적조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을 본 뒤에도 사격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의가 아니라 우발적으로 월선(越線)한 상황이라고 판단, 대응사격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이었다.

    국방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사령부가 확보한 CCTV 영상은 1분 남짓 분량이라고 한다.

    이 CCTV 영상에는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소형 군용차량을 몰고 군사분계선으로 접근하는 모습, 이를 뒤쫓던 북한군 추격조 4명이 권총과 AK-74소총을 쏘면서 뒤쫓는 모습과 엎드려 쏴 자세로 조준사격을 하는 모습, 귀순 병사가 몸을 웅크리다 비틀거리며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 북한군 추적조 가운데 1명이 중립국 감독위원회 건물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다 멈칫하며 돌아가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현재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북한군 병사는 ‘활력 징후(Vital Sign)’가 안정을 되찾는 등 생명이 위독하지는 않지만, 소장 안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생충과 북한군 추적조의 사격으로 총상을 입은 골격과 장기 훼손이 심해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으며,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 호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3일 밤,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긴급수술을 받은 북한군 귀순병사와 한국군 관계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3일 밤,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긴급수술을 받은 북한군 귀순병사와 한국군 관계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현안보고에서 국정원 측은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20대 중반의 하사로 JSA 판문점 경비대 소속”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기 전에 북한군의 총에 맞았는지, 넘은 뒤에 맞았는지는 본인이 깨어난 뒤에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현재 정치권과 언론계 등에서는 JSA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와서 북한군의 총에 맞았는지, 한국군은 왜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총상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곳이 수원 아주대 병원밖에 없고, 전문가 또한 이국종 교수 외에는 없다는 점, JSA 지역을 경비하는 감시 장비에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JSA를 통해 귀순하는 북한군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총상 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