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전달력·의리·동료애로 뭉친 원내지도부 2인자 '품위 있는 야성' 보여… 정국경색 속 투쟁·화합 동시 실현
  • ▲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홍문표 사무총장.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홍문표 사무총장.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주연급 조연'이란 말이 있다. 주인공보다 적은 분량을 맡으면서도 주연을 능가하는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에게 주어지는 극찬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6개월, 여야 극한 대치에 따른 정국경색에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명(名)조연이 있다. 자유한국당 김선동(서울 도봉구을·재선) 원내수석부대표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보다 주목을 덜 받는 자리다. 원내대표가 언론의 조명을 한 몸에 받는다면 원내수석부대표는 불 꺼진 무대 뒤에서 당과 국회, 국민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정기국회 세부일정 조정부터 정당 사이의 법안 처리 협의까지 사실상 국회 운영 전반을 도맡는다. 쟁점법안이 생길 경우 빅딜을 하는 것도 원내수석부대표의 몫이다. 협상력이 관건인 자리다. 

    이번 정기국회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인 만큼 난관이 예상됐다. 창과 창의 대결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그러나 2017년 정기국회는 별 탈 없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예산심사 등 마지막 고지만 남겨두고 있다. 더욱이 4당 체제로 색깔이 다른 정당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기에 김선동 의원의 역할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강력한 대여(對與)투쟁을 예고한 터라 당과 국회, 투쟁과 화합이라는 간극을 극복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김선동 의원은 묵묵히 해냈다. 

  • ▲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그렇다고 김선동 의원이 야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원내지도부 2인자답게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문구로 여권을 견제했다. 

    김선동 의원의 언어는 상대에 대한 맹목적 비난이 아니다. 그는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택했다. 탁월한 비유 능력으로 야당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김선동 의원은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여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암울한 방송강점기"라고 이름 붙였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MBC 사장 해임사태 등 여권의 방송장악 시도의 심각성을 잘 전달했다. 

    또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변창훈 검사가 자살하는 등 여권의 정치 보복 수사 논란이 일었을 때 "사람 사는 세상 만들자는 게 개혁이지, 사람 잡는 개혁은 안 된다"며 경종을 울렸다.

    정치인에게 필수요소지만, 누구나 갖기 힘든 능력이 전달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선동 의원은 100점에 가깝다. 

    그의 메시지는 강력한 위력을 지녔음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오래전이지만 2011년 한국 정치 커뮤니케이션 학회가 개최한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 1회 수상자의 내공이 묻어있다. 당시 김선동 의원은 '사실성' '품위' '공익성'이란 평가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수상했다. 

    그의 발언을 살펴본다면 그야말로 '품위 있는 야성'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선동 의원은 재선 의원으로 선수(選數)가 높지 않음에도 당의 기둥 역할도 하고 있다.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은 그의 우직함과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분당 사태에서도 그 면모가 드러난다.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국정농단 사태로 서울 지역 동료 의원 전체가 탈당을 결의할 때, 김선동 의원은 당을 지키기 위해 침묵을 지켰다. 다만 탈당파들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며 대인배의 모습을 보였다. 김선동 의원은 "언젠가는 같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료 의원들이 분분히 떠났을 때, 한동안 서울 48개 지역구에서 유이(唯二)한 한국당 의원이었다. 마지막까지 서울을 흔들림 없이 지켜냈다. 그리고 그의 곁을 떠났던 동료 의원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김선동이 지켜냈고 김선동이 옳았다. 

    김선동 의원은 지난 6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끈끈한 동료애를 보였다. 당시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이력을 거론하고 현재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질의할 때다. 

    임종석 실장은 전 의원을 향해 "5공, 6공 때 정치군인이 광주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의원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살펴보진 않았다. 그게 질의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선동 의원은 즉각 "심각한 국회 모독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임 실장의 안하무인(眼下無人)격 태도에 직접 맞서며 동료 의원에게 힘을 보탠 것이다.

    다음 달이면 정우택 원내대표와 동시에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의 임기가 끝난다. 한국당은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명하게 된다. 차기 원내대표의 과제가 생긴 듯하다. 김선동이 보인 '품위 있는 야성'을 능가할 원내수석부대표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