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 좋다는 후방 국경경비대마저 ‘벼’ 가져다 직접 탈곡
  • 판문점 일대에서 근무하는 북한군들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판문점 일대에서 근무하는 북한군들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JSA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몸에서 옥수수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언론들은 “이를 보면 북한군의 식량배급이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군의 식량배급은 김정은이 집권한 뒤 잠깐 좋아지는 듯 했으나 대북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6년 초부터 다시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이와 연결지을 수 있는 소식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5일 “북한 당국이 2016년에 이어 올해에도 농촌에 전기를 공급하지 못해 배급이 좋은 편이라는 후방의 국경경비대에게도 겉벼(도정하지 않은 벼)를 식량으로 주고 있어 각 부대마다 도정시설을 마련하느라 야단”이라는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의 국경경비대 소식통은 “여단 식량수송 때문에 얼마 전에 황해북도 봉산군 마동 협동농장에 파견됐는데, 농장에 전기가 안 들어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도정을 하지 않은 벼를 수송 열차에 싣고 돌아왔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국경경비대 제25여단은 지난해에도 황해북도 협동농장에서 도정을 하지 않은 겉벼를 가져다 먹었다”면서 “봉산군 마동 협동농장도 마찬가지여서 농장 근로자들이 ‘족답기(발로 돌리는 탈곡기)’를 돌려 벼를 털어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6월까지 도정을 하지 않은 벼를 국경경비대 식량으로 공급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는 중국산 쌀을 식량으로 줬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양강도 소식통은 “국경경비대에 식량으로 공급하는 겉벼는 지금까지 ‘혜산 강철공장’에서 도정을 했는데, 이곳은 허천강 발전소의 전력을 위연 송배전소를 통해 직접 공급받기 때문에 정전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하지만 지난 6월 불법적인 전력시설을 모두 해체하라는 노동당 중앙의 지시에 따라 이곳의 도정 설비도 해체됐다”면서 “양강도 국경경비대 여단은 하는 수 없이 대대 본부마다 도정 설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 2014년 10월 15일 서울 관악구 과학전시관 노작체험관에서 탈곡기를 체험하는 초등학생들. 한국에서는 이미 '체험용 유산'이 된 탈곡기가 최근 북한군 내에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10월 15일 서울 관악구 과학전시관 노작체험관에서 탈곡기를 체험하는 초등학생들. 한국에서는 이미 '체험용 유산'이 된 탈곡기가 최근 북한군 내에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식통은 “국경경비대 여단본부와 대대본부에는, 주간에는 전력을 공급하지 않지만 야간에는 제한적으로 공급한다”며 “전기가 없을 때는 각 대대들이 보유한 전시용 발전기를 돌려 도정 설비를 가동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소재지가 있는 혜산시 내에서도 전력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벼 도정 작업을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소식통은 “(건설공사를 담당하는) 돌격대와 군인들 먹일 식량마저 도정을 못해 겉벼를 공급할 정도로 현재 북한의 전력사정은 최악”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의 말대로라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중국의 독자 대북제재가 이제 북한 내 전력 수급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이 제 정신을 차리지 않고 현재 상황을 유지한다면 올 겨울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