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親文네티즌, 해당판사 신상털기… 박 前대통령 영장 발부 때 '소신 판사' 칭송
  • ▲ 김재철 전 MBC사장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김재철 전 MBC사장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판사를 향해 도를 넘은 인신공격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0일 "피의자의 직업 및 주거 등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크지 않은 점, 국정원 직원이 아닌 피의자에 국정원법 위반죄를 적용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른바 '국정원 커넥션'을 명목으로, 김재철 전 사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재철 전 사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MBC 사장을 역임하며 국정원으로부터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지시를 하달받아 일부 방송인들의 방송 출연을 막은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6일 검찰에 소환됐을 당시 김 전 사장은 "국정원 문건은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내 목숨을 걸고 MBC는 장악될 수 없고 장악할 수도 없는 회사"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주도의 파업이 진행 중인 MBC의 전·현직 경영진들은 대부분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인물들로 현재 '국정원 커넥션' 연루설로 모두 수사 선상에 올랐다.

    KBS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고대영 KBS사장 역시 '국정원에게 200만원을 받고 (국정원에) 불리한 기사를 빼줬다'는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노조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 10일 KBS 국정감사에서 "도대체 왜 나를 콕 집어 국정원과의 연결고리를 주장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재임했던 보도국장직은 오픈된 자리"라며 "어떻게 국정원 정보관이 방송사에 찾아와 돈을 주고 기사를 빼달라고 한단 말이냐"며 강하게 반문했다.

    고 사장과 함께 국정원과의 연관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격렬히 반발했다.

    또한 일부 친문(親文)성향의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뉴스 댓글란에서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강부영 판사를 가리켜 "적폐 판사", "우병우 사단 강부영" 등의 인신공격을 퍼붓고 있다.

    강부영 판사가 내놓은 영장 기각 이유는 따지지 않고, 오직 '기각' 결정 자체만을 놓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수인"이라는 마녀사냥식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웃기는 부분은 강부영 판사가 올해 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이다. 당시 언론노조와 친문 성향의 네티즌들은 강부영 판사를 가리켜 "적폐청산의 선두에 서 있다", "소신과 양심있는 판사"라고 칭송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자유한국당은 강부영 판사의 결정을 두고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에 경종을 울린 것"이며 "검찰의 '정치보복 및 하명수사'가 법원의 1차 레드카드를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언론노조와 함께 '강력한 수사'를 촉구했던 민주당은 아직 아무런 성명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