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몸 바짝 낮출 듯… 내년 개헌정국서 보폭확대 '기대감'
  • 김무성 전 대표가 9일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린 복당의원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보다 앞서 들어와 먼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무성 전 대표가 9일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린 복당의원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보다 앞서 들어와 먼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무대' 김무성 전 대표가 돌고돌아 정치적 고향인 자유한국당으로 귀향(歸鄕)했다.

    그 과정을 보면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찌보면 '격동의 시기'였던 지난 1년간 가장 많은 내상(內傷)을 입은 정치인 중의 한 명"이라고 평했다.

    지난 2014년 치러진 7·14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뒤, 그해 7·30 재·보궐선거와 이듬해 4·29 재보선에서 '정치적 라이벌' 문재인 대통령을 연파하며 유력 대권주자로서 지지율 고공비행을 하던 시절에 비하면 정치적 위상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복당의원 간담회다.

    김무성 전 대표는 홍준표 대표와 15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한 동기다. 홍준표 대표는 그 때 YS(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영입된 반면, 김무성 전 대표는 그전부터 YS를 모시며 정치를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경력은 김무성 전 대표가 훨씬 오래됐다.

    김무성 전 대표가 홍준표 대표보다 나이도 세 살 위다. 사석에서는 서로 형·동생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날 복당의원 간담회에 훨씬 먼저 와서 기다리다가 홍준표 대표가 뒤늦게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췄다. 물론 홍준표 대표도 김무성 전 대표에게 가장 먼저 악수를 건네는 방식으로 예우했지만, 두 사람의 현재 정치적 위상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때 김무성계라 불리는 상당한 원내(院內)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탈당과 분당·창당과 복당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와해됐다.

    이날 함께 복당한 의원 8명도 김무성계, 즉 '김무성 + 7인 의원'의 복당이라기보다는, 김무성 전 대표도 이른바 통합파 9인 의원 중 'n분의 1'로 복당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줬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던 친박들과 겨루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시점마다 번번이 뜻을 접었던 게 세력 약화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 김무성 전 대표가 9일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린 복당의원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뒤, 홍준표 대표가 먼저 앉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무성 전 대표가 9일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린 복당의원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뒤, 홍준표 대표가 먼저 앉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른바 '김무성 대표의 30시간의 법칙'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거취를 같이 하려던 많은 의원들이 혼란에 빠지면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그 때마다 세력이 약화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수통합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한 9명 의원의 집단행동을 엮어낸 것을 보면, 아직 정치력이 녹슬지 않았고 여전히 의원단 사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 핵심관계자는 "바른정당은 사실 애초 창당할 당시에는 김무성당(黨)이었다"며 "대선 직전에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분류돼 있던 의원 13명이 무더기로 탈당하면서 유승민당으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직후 고립된 형세였던 김무성 전 대표가 당 소속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의원을 다시 규합해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게 대단한 셈이다. 이번에 복당한 의원들 중 김영우·홍철호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중에는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됐었다.

    이날 복당의원 간담회가 지연됐을 때에도 이들은 김무성 전 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모여 함께 대기하다가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치적 무게감을 감안할 때, 김무성 전 대표가 한국당에 복당한 뒤 어떠한 정치행보를 보일지에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당장 눈에 띄는 정치적 행보를 펼치기에는 운신의 폭이 좁다"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복당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복당에 관한 모두발언을 하던 도중 좌중에서 "정식 입당 절차가 된 거냐"는 외침이 나왔다.

    또, 이 문제가 의원단에 제대로 된 회람 없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친박계 의원들이 지도부의 소명을 듣기 위해 정식으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견제구를 던지려고 벼르는 세력들이 있는 가운데, 굳이 시선을 끄는 행보를 할 이유가 없다. 당분간 김무성 전 대표가 몸을 바짝 낮추는 행보를 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가 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복당의원 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가 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복당의원 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전 대표가 참석한 이날 저녁 여의도 중식당에서의 복당의원 환영만찬에서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무엇보다도 보수의 대통합을 이뤄가는 과정이니까 내부적으로 문제제기에 예민하게 대응하지 말고, 당이 잘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까지는 잠행(潛行)할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를 돕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다만 해가 바뀌면 김무성 전 대표와 홍준표 대표 사이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과거 "오스트리아식 개헌" 발언부터 시작해, 분권형 개헌의 선두주자를 자처해왔다.

    지금으로서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으로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해가 넘어가 개헌정국이 펼쳐지면 김무성 전 대표가 평소 소신인 혼합정부제를 주장하며 정치적 보폭을 넓힐 개연성이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실시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가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때 국회의장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6선 의원으로 8선의 서청원 의원에 뒤이어 당내 최다선이다. 서청원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입법부 수장을 노리기 곤란한 처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장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도 문제는 있다. 국회의장이 되려면 한국당이 원내 1당으로 발돋움을 해야 하는데, 홍준표 대표가 "이만 문을 닫겠다"며 더 이상의 복당 문호 개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장을 노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정치관례상 이후에는 정계은퇴 수순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개헌 정국에서 보폭을 넓히면서 내년 하반기에 다시 열릴 전당대회를 겨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