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설서 남·북한 비교로 대한민국 정통성과 우월성 설명…양일 일정만으로 세간의 인식 바꿔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두려워한다. 또 본능적으로 강한 사람의 존재를 불안해한다.

    그래서인지 로마의 황제를 떠올리면 유독 미치광이로 불리는 인물들이 많았다. 네로, 칼라굴라, 코모두스 같은 이름을 우리는 미치광이로 기억하고 있다.

    로마에 공화정 대신 황제의 시대를 열어준 사람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런 면에서 본다면 대단히 미쳤다. 그는 갈리아를 정복해 로마 제국의 영토를 북해 앞까지 넓힌 강인한 지도자였고, 당시 '루비콘 강 앞에서 모든 군대의 무장을 해제하고 혼자 강을 건너야 한다'는 로마의 법을 무시한 비범한 결정을 하기에 이른다. 결국 스스로 종신 독재관의 자리에 올랐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길을 택해 강대한 권력을 쥐게된 그에게 사람들은 공포심을 느꼈고, 그는 사람들로부터 공화정을 무너뜨렸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중앙집권체제는 결과적으로 로마제국이 오래 번영하는데 도움이 됐다. 395년 이후 분리된 서로마 제국은 황제가 허울뿐인 존재로 전락했고, 집중되지 못한 힘은 다른 나라의 먹잇감이 됐다. 결국 동로마 제국이 1400년대까지 명맥이 이어진 것과 달리 서로마 제국은 476년 멸망해버렸다. 카이사르가 비록 '미치광이' 소리를 들었지만 이후의 황제들과는 의미가 다른 이유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된 21세기에도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치지도자들은 여전히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미치광이'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한치의 선택이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서쪽으로는 시진핑 국가 주석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그리고 북쪽으로는 북한의 김정은이 강대한 힘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최근 선거 승리로 개헌 저지선을 넘었다.

    그리고 동쪽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그는 때때로 과격해보이는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고, 미국 언론과 우리나라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로 치부, 힐러리 전 후보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에 대한 강경한 어조와 동시에 한국의 안보 무임 승차론, 한미 FTA 개정 요구 등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강한 우방이었지만 그는 '미치광이'로 다뤄졌다.

    그러나 그의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한국 일정은 이같은 세간의 평가를 모두 비웃었다.

    특히 국회에서 그의 연설은 현장에서도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그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인류의 정신을 믿는 모든 국가들에 대한 승리'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한·미 동맹을 존중했고, 차분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남한과 북한을 비교했으며, 북한의 진짜 '미치광이' 지도자에게서 한반도 시민들을 자유롭게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미국은 갈등이나 대치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결코 그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말이었고,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했어야 할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보수'의 목소리가 주춤한 우리나라 민의의 전당 한복판에서, 그는 보수가 냈어야할 목소리를 정확하게 담았다. 주변에서는 생중계로 방송되는 그의 진짜 모습을 보면서 그를 '다시 봤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들을 과감하게 제거했다. 우리나라에 탄도중량제한을 없앤 것이 대표적 예다. 그는 '코리아 패싱'을 묻는 질문에도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못박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대립하고 있는 다른 '미치광이'와 자신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줬다. 우리가 주변의 미치광이를 '선택'할 기로에 놓이게 된다면, 그때에는 우리 스스로의 안녕을 위해 '트럼프' 같은 미치광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 시켰다.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는 미쳤지만, 미치광이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트럼프의 언사는 과격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방한에서 대통령으로서 자국민의 이익에 앞장서고, 폭압적인 정권에 물러서지 않겠다 공언했으며, 동맹국과 공동의 번영을 약속하는 지도자였다. 대체 누가 트럼프를 '미치광이'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