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A씨, 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지..""2015년 9월경 메이킹영상에 대해 알린 메시지도 갖고 있어"
  • '메이킹필름(making film)'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뒷얘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은 필름을 일컫는다. 보통 성룡(成龙)이 연출한 영화에서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과 함께 나오는 영상들이 대표적인 메이킹필름. 일반 관객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촬영 현장 모습이라든가 기획 과정 등을 담고 있어 영화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요즘엔 단순한 기록 차원을 넘어 홍보 목적으로 메이킹필름을 찍는 제작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 ▲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배우 조덕제.  ⓒ 공준표 기자
    ▲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배우 조덕제. ⓒ 공준표 기자



    동일한 메이킹영상 놓고, 男女 배우 '정반대' 해석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사랑은 없다'의 '메이킹필름'이 최근 영화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가 단역으로 출연했던 남자 배우를 고소하면서부터다. 이 배우는 겁탈 장면에서 상대 배우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터치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애당초 합의된 동선이 아닌, 즉흥적이고도 강압적인 행위로 자신의 옷을 찢고 몸을 만지는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

    이에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자 배우는 법원에 당시 촬영 현장을 기록한 '메이킹필름'을 반대 증거로 내세웠다. 이 배우는 "해당 영상을 보면 여배우의 표정이나 연기 등 그 어떤 것에서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기색을 확인할 수 없다"며 이를 통해 자신의 무고(無辜)함을 밝혀 줄 것을 호소했다. 반면 여배우 측은 "접촉이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움직임 등이 담겨 있어 오히려 남자 배우 측 주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영상"이라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단도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양측 의견과 촬영 영상 등을 살펴본 결과, 감독의 지시에 따라 거칠게 연기한 남자 배우의 행동은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성추행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감독이 마음대로 하라고 지시했지만 직접적으로 가슴을 만지고 바지 속에 손을 넣으라고는 하지 않았고, 해당 신은 얼굴 위주라고 말하고 있어 연기 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했다.

    2심 판결 이후 여배우 측은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열고 남자 배우의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여배우 A씨는 취재진에게 공개한 '손편지'를 통해 "1심에서 패소한 뒤 공론화를 시도하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사건 당시 촬영된 메이킹 영상에 대해 알게 됐고, 조덕제 측에서 저를 허위 과장의 진술 습벽이 있는 여성으로 몰아갔음을 확인했다"며 재판부의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덕제의 혐의를 입증하는 근거가 당시 상황을 찍은 메이킹필름에 담겨 있음을 거론하며 자신의 주장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나선 것.

    그런데 연예전문 디스패치가 메이킹필름을 프레임 별로 쪼개,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배우들에게 사전 지시를 내리는 감독의 디렉션을 끄집어내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남자 배우의 돌발적인 추행이었다는 여배우 측 주장과는 달리, 13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조덕제에게 "미친놈처럼 (여자를)사육하는 느낌으로 연기할 것"을 주문하는 장훈 감독의 지시 장면이 메이킹 영상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던 것이다. 당시 장 감독은 조덕제 뒤에서 가슴을 움켜잡는 시늉까지 하며 "마음대로 연기하라"는 지시를 재차 내리고, 여배우의 옷을 찢는 행동까지 직접 시연해 보였다.

    디스패치의 보도로 여론이 급선회하자 장훈 감독은 "공개된 메이킹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 감독은 "법정에 제출된 메이킹 영상은 8분짜리인데, 공개된 것은 2분에 불과하고, 최소 30분이 나와야 할 리허설 영상이 교묘하게 뒤죽박죽 뒤섞인데다 자신과 조덕제만 자주 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이번엔 메이킹필름을 찍은 촬영 감독이 직접 나섰다. 7일 조덕제의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이지락 메이킹영상 촬영감독은 "감독님이 얘기한 30분 중에는 장비세팅 시간도 포함돼 있다"면서 "원래 메이킹 영상은 주인공 위주로 찍는데, 그게 이상하다고 하는 감독님의 주장이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30분이라고 하지만 그 30분 중에는 촬영 장비 세트, 음향 장비 세팅 등을 하는 시간도 포함됩니다. 배우를 모아놓고 디렉션을 할 때, 말로 리허설 할 때 등 메이킹에 필요한 영상은 빠짐없이 찍었습니다. 메이킹 영상은 주인공 위주로 찍는 겁니다. 감독님은 그게 이상하다고 하는데 메이킹 필름을 감독님과 조덕제 배우 위주로 찍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이 감독은 "메이킹 필름을 보면서 두 배우의 문제가 아니고, 감독이 왜 모른 척 빠져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뭔가 오해가 있다고 생각해 메이킹 필름을 두 배우에게 보여주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양측에 연락해 메이킹 필름이 있음을 알렸으나 이상하게 여배우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무관심 했고, 남자 배우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관심을 보였었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여배우는 메이킹 필름 존재를 몰랐다고 인터뷰를 했는데 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시 여배우에게 보낸 메시지도 갖고 있고, 메이킹 필름을 제출한 날 감독님에게 메이킹 필름을 낸 사실도 알렸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감독은 "메이킹 영상을 보면 오해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수도 있겠다 싶어 원로 배우와 함께 여배우의 아버지를 찾아뵙고 설명을 드린 사실도 있다"면서 "메이킹 영상에 나온 대화나 상황 등이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분이 말하는 것이 진실일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입장 표명을 마무리했다.

  • ▲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지락 메이킹영상 촬영 감독.  ⓒ 공준표 기자
    ▲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지락 메이킹영상 촬영 감독. ⓒ 공준표 기자



    다음은 이지락 촬영감독이 밝힌 공식입장 전문.

    저는 2015년 장훈 감독의 ‘사랑은 없다’ 홍보용 메이킹 촬영과 스틸 촬영 이지락 감독이다. 촬영 준비 과정과 영화 제작 과정 등을 촬영하는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메이킹 영상을 촬영했을 뿐이다. 당시 정황을 판단하기 위해 검찰 제출 요청을 받았고 제출했을 뿐이다. 여배우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자 아무 증거도 없이 편집된 영상이라고 억지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2심 재판 중에 재판에 나서 소상히 해명한 바 있다.

    장훈 감독은 ‘악마의 편집’이라고 말하면서 제가 일부러 상대방을 음해할 목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훈 감독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인 관계로 저 혼자 이 작업을 하게 됐다. 사건 당일날도 오전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카메라 두대를 촬영해서 동영상과 스틸을 촬영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13번씬 촬영 전 자신이 디렉션을 주고 리허설을 한 시간이 30분이라면서 검찰에 제출한 메이킹 필름이 8분밖에 안된다면서 조작짜집기설을 주장하고 있다.

    누가 메이킹 필름을 30분씩 촬영하는 건 사실적으로 힘들다. 특히 스틸 사진을 찍으면서 동영상을 찍을 수도 없다. 30분이라고 하지만 그 30분 중에는 촬영 장비 세트, 음향 장비 세팅 등을 하는데 눈치 없이 메이킹 영상을 찍는다는 말로 작업에 방해를 하면 안된다. 메이킹 촬영은 본 촬영에 방해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배우를 모아놓고 디렉션을 할 때, 말로 리허설 할 때 등 메이킹에 필요한 영상은 빠짐없이 찍었다. 메이킹 영상은 주인공 위주로 찍는다. 감독님은 그게 이상하다고 하는데 메이킹 필름을 감독님과 조덕제 배우 위주로 찍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감독님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조작됐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렇게 두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메이킹 영상은 각 카메라 별로 각기 찍은 영상과 스틸 사진을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검찰에 제출한 메이킹 영상도 두대의 카메라를 연결해서 하나의 영상으로 만든 8분짜리 영상이다. 조덕제 배우와 저의 관계는 이 작품 전 오래전에 연극 무대에서 공연하는 건 본적이 있지만 통성명 하진 않았다. 당일날 인사를 한 것이 전부였다. 메이킹 필름을 제작사에 제출하지 않고 개인 보관한 이유는 조덕제 배우가 하차하고 대체 배우가 새로 찍었기 때문에 조덕제 배우의 영상은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총괄피디에게 조덕제 촬영된 메이킹 필름이 있는데 어떻게 할지 물어봐달라고 했다. 신경쓰지 말라면서 핀잔만 들었다. 그 후 7월 경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여배우가 남배우를 고소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메이킹 필름을 보면 두 배우의 문제가 아니다. 감독이 왜 모른척 빠져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인가 오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메이킹 필름을 두 배우에게 보여주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양측에 연락해 메이킹 필름이 있음을 알렸다. 이상하게 여배우는 아무런 대답도 없고 무관심 했다. 남배우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관심을 보였다. 남배우 측 변호사가 영상 제출을 제안했지만 검찰이 요청한다면 검찰에 직접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남배우 측 변호사가 녹취록만이라도 검찰에 제출하면 영상 제출 요청이 올 것이라고 요청해서 그렇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에서 영상 제출 요청이 왔고 제가 직접 가서 제출했다.

    여배우는 메이킹 필름 존재를 몰랐다고 인터뷰를 했는데 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당시 여배우에게 보낸 메시지도 가지고 있다. 메이킹 필름을 제출한 날 감독님에게 메이킹 필름 제출 사실을 알렸다. 감독님이 보내달라고 해서 바로 보내드렸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작사로부터 항의나 어떤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왜 허락도 없이 유출했냐고 연락이 왔다. 돌려달라는 전화가 아닌 유출시킨것에 대한 항의 전화였다.

    영화 개봉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제작사 입장에서는 좋지 않았을 것.

    여배우의 아버지를 만난적이 있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오해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수도 있겠다고 싶어서 원로 배우와 함께 찾아뵙고 설명을 드렸다. 여배우 아버지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면서 단호하게 말씀하셨고 그래서 돌아왔다. 영상에 나온 대화나 상황 등이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분이 말하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공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