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논의한 무기판매는 기정사실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단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양국 경제협력의 최대 이슈였던 한미FTA를 국회 연설에서 쏙 빼놓은 데는 정상회담서 '실리'를 챙긴 데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4분 간의 국회 연설의 대부분은 대한민국 번영에 대한 찬사와 북한에 대한 비판으로 이뤄졌다. 
    통상 분야와 관련된 발언은 "우리는 군사 협력 증진과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 하에 양국 통상관계 개선에 생산적 논의를 가졌다"는 게 전부였다. 
    국회 연설을 통해 양국간 경제·통상 관계를 평가하고 호혜적인 방향으로 한미FTA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을 것이란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는 연설 중간 미국 뉴저지 트럼프 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우리나라 박성현 선수가 우승한 점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 트럼프, 정상회담 전까지 '무역' 압박 
    전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서 "문 대통령과 무역에 관한 대단한 회담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무역'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 회의가 잘 풀려서 미국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여기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 이를 두고 오후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FTA에 대한 통상 압박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가 2011년 발효돼 2016년까지 진행됐지만 미국의 적자폭이 110억달러 증가했다"면서 "한미FTA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 미국산 무기 구매, 한미FTA 푸는 '열쇠' 됐다
    상황이 급반전 된 것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군사적 전략자산 수십억 달러 어치를 사기로 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해소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만큼 미국산 무기구매가 양국 합의의 절충점이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첨단 정찰 자산 등 전략자산의 획득에 대해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미국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무기 판매를 기정사실화 했다. 
  •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서) 한미FTA 폐기란 단어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양국은 신속하게 협상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미국은 양국간 무역적자를 문제삼아 한미FTA  개정을 압박해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서 한미FTA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두고 한미FTA 재협상이 시작된 만큼 향후 국회 비준을 앞두고 국회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