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현장] 반미단체 "트럼프는 전쟁 미치광이", 태극기 단체와 '유혈 사태'
  •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예정된 8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찬반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했다. 바닥에는 성조기와 트럼프 반대 팻말이 불타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예정된 8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찬반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했다. 바닥에는 성조기와 트럼프 반대 팻말이 불타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어쩌다가 충돌한 거죠?” (기자)

    “저기 앞으로 가보세요.” (집회 참석자)

    의사소통이 힘들었다. 고성과 욕설이 오고가며 주위가 시끄러웠다. 도로 한 편에는 성조기와 트럼프 반대 구호가 적힌 팻말이 불에 태워져 재만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진행된 8일 오전 반미(反美) 세력과 태극기 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남겨진 상처들이다.

    코피를 흘리고 있는 한 남성이 “(반미집회에 참가한) 저들이 날 때렸다”며 경찰에 호소했다. 눈썹에 상처를 입은 시민도 있었다. 차림새를 보아 태극기 집회 참석자로 보였다. 국회 앞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서 이런 참극이 발생했다.

    앞서 40대로 보이는 '반미(反美) 집회' 참가자는 “젊은 애들을 데리고 진짜 경찰들을 뚫어버리겠다”며 유혈 사태를 시사하기도 했다.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 되는 상황이었다.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각목과 쇠파이프, 철재 사다리 등을 이용해 경찰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민노총 폭력 사태’가 떠올랐다.

     

  • ▲ 오전 10시 10분쯤 국회 앞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트럼프 찬반 집회 참석자들이 물리적 충돌을 벌이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오전 10시 10분쯤 국회 앞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트럼프 찬반 집회 참석자들이 물리적 충돌을 벌이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경찰병력들이 순식간에 방패를 들고 뛰어가 양 측을 분리시키면서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았다.

    192개 부대와 경호인력 등 1만8,670명이 국회 주변에 배치됐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차 고깔을 들고 서로를 위협하는 등 몸싸움을 벌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은 약 10분 만에 진압됐다.

    주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어제는 우리 집회를 차벽으로 가로 막더니 뭐하는 짓이냐”며 “경찰이 일부로 싸우도록 방치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반미(反美) 집회 참가자로 추정되는 이 여성의 주장은 시작에 불과했다. 선동적인 구호는 쉬지 않고 반미집회 무대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다.

    “노(NO) 트럼프 노(NO) 워(WAR)”, “전쟁 미치광이 트럼프 물러나라” 등 구호가 귀가 아프도록 울려나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해산된 구(舊)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재집결해 만든 민중당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면서 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듯했다.

     

  • ▲ 'NO 트럼프 공동행동'이 오전 10시께 국회 앞에서 반미집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NO 트럼프 공동행동'이 오전 10시께 국회 앞에서 반미집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무대 앞에는 성인 남자 키만한 높이의 트럼프 얼굴 모형이 설치됐다. 반미(反美) 세력이 주장하는 ‘전쟁 미치광이’처럼 악랄하게 묘사됐다. 일부 시위대는 빨간색 래커 스프레이를 들고 모형 얼굴에 뿌려댔다.

    반미(反美)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로 진입할 때를 겨냥해 일제히 비난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국회 연설 반대한다”, “트럼프는 물러가라”며 함성을 질렀다. “(트럼프) XXX”라는 욕설도 나왔다.

    촛불·좌파세력은 “한반도 안보 위기의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 반미(反美) 집회 참석자는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을 모르느냐”고 언급했다. 북한이 7월 4일과 28일 각각 사거리 5,500km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이 한반도 안보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는 사실은 모르는지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속내는 알 수 없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핵탄두 소형화(최소 600kg)에 성공하면 북한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에 이어 ICBM을 6번째로 보유한 국가가 된다.

    반미(反美) 집회를 지켜보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와 전쟁을 조장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태극기를 든 김 모(54·남)씨도 “사드는 방어 무기인데 무슨 전쟁을 조장하냐”며 열을 올렸다.

    반미(反美) 단체들은 전날 광화문집회에서 경찰이 경호법에 따라 차벽으로 둘러싸자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냐”라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상황을 호도하는 모습은 이들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