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시위 현장] 트럼프 방한 비난하는 진보 측, 경찰에 "문재인이 시켰느냐"
  • ▲ 2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No 트럼프 공동행동'은 7일 오후 1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이 경호 문제로 집회 입장을 저지하자 시위대가 반발하는 모습.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 2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No 트럼프 공동행동'은 7일 오후 1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이 경호 문제로 집회 입장을 저지하자 시위대가 반발하는 모습.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위험합니다.” (경찰)

    “뭐가 위험해, 당신이 더 위험해.” (반미집회 참석자)

    펜스를 넘으려는 한 여성과 이를 저지시키려는 경찰 간의 끈질긴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졌다.

    30~40대로 보이는 이 여성은 펜스를 뛰어넘으려는 자세를 취한 채 “왜 나를 붙잡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자 이번에는 펜스 밑 빈틈을 찾아 ‘포복’ 자세를 취하며  몸을 밀어 넣었다. 경찰은 “위험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그녀의 가방을 붙잡았지만 놓치고 말았다.

    7일 오후 1시 40분쯤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서 ‘NO 트럼프 공동행동’ 주최 반미(反美) 집회가 열리기 직전 벌어진 일이다. 

    이 여성이 경찰의 저지를 물리치고 펜스를 통과한 후부터 갑자기 경계가 엄격해졌다.

    경찰은 펜스 앞에서 동료들끼리 팔짱을 낀 채 ‘먼지 한 톨’도 들여보내주지 않겠다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모를 돌발사태를 대비해 이중 삼중으로 막아 선 것이다.

    취재진은 흰머리가 희끗희끗 난 한 중년남성이 “광장 안에 내 짐이 있으니까 들어가겠다”고 경찰에게 목청이 터지도록 떼를 쓰는 것을 목격한 후, ‘주변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겠다’는 짐작이 들어 발걸음을 옮겼다.

    광화문광장에서 “일반인 외에는 다 나가주세요”라는 안내 멘트가 들린 2시쯤이었다.

    시민들 무리 속에 섞여 기자도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을 빠져나왔다.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지만 덕분에 집회 밖에서 경찰과 행사 관계자간의 입씨름 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광장 곳곳을 펜스로 둘러쌌다. 경찰력을 배치해 집회 참가자와 일반 시민, 심지어 취재기자의 이동까지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종대로를 통해 청와대로 이동할 때쯤에는 경호법에 따라 광화문 광장을 전면 봉쇄했다.

    경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이 광화문으로 향하는데 위험물 투척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쯤이 되자 세종문화회관 앞은 더욱 시끌벅적했다.

    광화문광장 내 해치마당으로 이어지는 횡당보도 근처에서 행사 관계자와 집회에 참석하려는 시위대가 “당장 비켜라”라고 경찰에 큰 소리로 항의했다.

    100m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만큼 격렬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일부 사람들은 경찰을 손으로 어깨 등으로 밀치며 물리적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평화’를 외치는 이들이 돌변하면 무섭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미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미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신을 행사 관계자라고 밝힌 한 여성은 이곳에서 “광화문 광장에 들어가서 대본을 줘야 하는데 왜 막고 있냐”며 자신보다 적어도 20살은 많아 보이는 경찰에게 삿대질 하며 따졌다.

    ‘대본을 대신 전달해 주겠다’는 대안을 경찰이 제시했지만 그녀는 “내가 꼭 들어가야 한다”, “문재인이 시켰느냐”며 분노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장구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다른 행사 관계자도 “(경찰이) 시민의 이동권을 방해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경찰들은 묵묵히 참고 견디며 제자리를 지키며 “어쩔 수 없다”고 수없이 되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들이 목청을 높이자 시위대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한 남성은 “집회가 허가됐는데 (경찰이) 길을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 당장 문을 열어라”라고 목에 힘줄을 세웠다.

    오후 3시쯤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5~6명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젊은이들은 반말로 “(경찰이) 뭔데 길을 막고 있냐”며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세종대로사거리, 주한미국대사관 근처 등에서도 비슷한 설전이 펼쳐졌다. 경찰이 광화문광장 진입을 막자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앉아서 “노(No) 트럼프”를 외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는 중년의 남성은 이를 지켜보며 “경찰이 법에 근거해서 행동하고 있는데  다 큰 사람들이 말을 들어야지 그렇게 막무가내로 항의하면 쓰냐”며 혀를 끌끌 찼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인 7~8일 이틀 간 신고된 집회는 모두 109건이다. 경찰은 이 중 경호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28건은 제한, 2건은 금지 통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