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순간이 창극으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레퍼토리 '트로이의 여인들'이 11월 22일부터 12월 3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기원전 12세기경에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트로이 전쟁에 대한 신화와 전설을 기초로 쓴 에우리피데스의 동명 희곡에서 출발한다. 배삼식 작가는 에우리피데스의 희곡과 장 폴 사르트르가 각색한 동명작(1965)을 기반으로 극본을 새롭게 썼다. 

    이야기는 거대한 목마를 전쟁의 전리품으로 착각해 성 안으로 들인 트로이가 그리스·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망한 시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쟁의 야만성과 비극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살리되 극한의 비극 속에서 발언 기회조차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돌렸다는 점에서 이전의 희곡들과 차별된다. 

    지난해 초연 당시 전회 객석점유율 90%를 웃돌았고, 그해 9월 싱가포르예술축제에 초청돼 "황홀하고 잊히지 않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현지 관객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창극의 음악적 바탕이라 할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불필요한 음악적 요소를 걷어내고 소리에 집중했다. 소리꾼과 고수가 함께 판을 이끌어가는 판소리 특유의 형식을 살려 배역별로 지정된 악기가 배우와 짝을 이뤄 극의 서사를 이끈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싱가포르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옹켕센을 비롯해 조명 디자이너 스콧 질린스키, 동양적 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브랜드 무홍의 디자이너 김무홍이 의상을 만드는 등 국내외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1979년 국립창극단 입단 이후 수백 편의 창극 무대에서 주역·도창·작창 등을 담당한 안숙선 명창이 판소리 정통 기법에 맞춰 소리를 썼고, 전방위로 활동하는 정재일이 음악감독과 작곡을 맡았다.

    이번 공연에서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극을 이끄는 김금미(헤큐바 역)와 함께 김지숙(안드로마케 역), 이소연(카산드라 역), 김준수(헬레네 역) 등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욕망에 희생된 여인들을 노래한다. 

    국립창극단 측은 "판소리가 지닌 강렬하고도 순수한 힘과 현대적 극 형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며 "이미 확정된 2018년 영국 공연 외에도 초청을 원하는 유럽 축제 관계자들과 시기와 조건을 조율 중이다"고 밝혔다.

    관람료 2만~5만원. 영어 자막 제공. 문의 02-2280-4114.

    [사진=국립창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