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만이 진리라는 속칭 진보의 지독한 독선
  • ▲ 일부 집회 참석자들이 '촛불 1주년' 본집회가 끝난 뒤, 미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행진에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일부 집회 참석자들이 '촛불 1주년' 본집회가 끝난 뒤, 미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행진에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항쟁 1주년대회’는 반미-반국가 구호로 넘쳐났다.

    ‘힘내세요 문재인’을 연호하는 열성 지지자들이 대통령을 응원하는 깃발을 흔들며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는 사이, 한쪽에서는 어느새 ‘양심수’로 둔갑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두 사람의 석방을 요구하는 이들은, 두 사람이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도심 폭동 주도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평화를 위협한다며 사드 임시 배치 철회를 목청 터지듯 외치는 자리에서, 주요 국가시설 파괴를 선동하고, 폭력시위를 주도한 인물을 ‘비호’하는 모습은 낯설다 못해 당혹스러웠다.

    “한상균 위원장이 여전히 석방되지 못한 채 감옥에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대개혁을 위해 계속 투쟁해나가야 합니다”

    -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

    한 위원장이 주도했던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부상당한 경찰은 113명에 달한다. 시위대의 폭력에 의해 파손된 경찰버스만 50여대, 탈취당하거나 사라진 경찰비품은 일일이 집계할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과연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위원장의 행동이 ‘평화 수호’를 위한 것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두 사람의 범행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가 ‘국빈’으로 초청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쟁 미치광이’라는 폭언을 쏟아냈다.

    속칭 ‘촛불세력’이 ‘민주주의의 성지’라고 추앙하는 광화문광장에서는, 反민주주의 발언도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국회 담장을 허물자! 정책을 바꾸자! 우리 손으로 헌법을 바꾸자!”

    -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우리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절차를 거쳐야 한다. 民意를 대표하지도 않는 ‘촛불 세력’이 함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절차법이 중시되는 민주주의 아래서는 더욱 그렇다.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국민은 대체로 옳지만 때론 과격한 주장과 선동적인 문구에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속칭 진보진영의 집회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비정규직 철폐’ 구호도 모순되기는 마찬가지였다.이날도 집회 참여단체들은 ‘비정규직 철폐’를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 것은 기업이나 정부의 책임만이 아니다.

    노동운동 권위자인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성노조의 양보와 기업의 인식전환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투쟁본부도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집회참석자들은 모든 책임을 외부에서 찾는데 골몰했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와, 민주주의, 비정규직 문제는 모순투성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자신의 저서 <의무론>에서 “모든 악행 중에서 위선자의 악행보다 더 비열한 것은 없다”고 했다. 헤즐리트도 <성격론>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유일한 악은 위선이다”고 지적했다. 이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