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北주민들, 벌금 부과로 처벌 바뀌자 탈북자에 연락 잦아”
  • "이거 국제전화 되나?" "당연히 안 됩니다." 5.11공장을 찾아 북한제 휴대전화를 보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이거 국제전화 되나?" "당연히 안 됩니다." 5.11공장을 찾아 북한제 휴대전화를 보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북한에는 ‘불법전화’라는 단어가 있다. 국제전화가 되는 휴대전화는 모두 ‘불법전화’다.

    김정은 정권은 내부 소식이 한국을 비롯한 외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중국에서 개통한 휴대전화를 ‘불법전화’로 규정하고, 소지 또는 통화하다 적발될 경우 강력하게 처벌했다. 처벌 수위는 최하 노동단련대 6개월 형, 최고 징역 3년 형까지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불법전화’로 통화를 하다 적발돼도 징역형 대신 거액의 벌금만 부과하고 있어, ‘불법전화’를 이용하는 주민이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4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국경 일대에서 불법전화 사용자에 대한 단속이 더욱 강화됐는데, 종전과 달리 벌금만 부과하고 있어 불법전화 사용자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불법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이 징역형에서 벌금으로 완화되자 탈북자가 있는 가족들이 전화로 한국에 있는 가족·친지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부쩍 많아졌다”면서 “불법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돼도 예전처럼 보위부가 조사하는 게 아니라 인민보안서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불법전화’를 사용하다 당국에 적발될 겨우 걷지도 못할 만큼 구타를 당했는데 이제는 구타도 사라지고, 대신 인민보안서에 끌려가 고액의 벌금형만 받고 풀려난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보안서에서 ‘불법전화’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벌금은 5,000위안(한화 약 85만 원), ‘불법전화’로 탈북자와 통화를 하다 적발된 경우에는 1만 위안(한화 약 170만 원)을 내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불법전화 처벌 수위가 약해지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은 겨울철을 맞아 월동준비를 해야 하니 돈을 좀 보내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북한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에서 지방의 보안서에 예산을 제대로 못 주니까 벌금이라도 거둬들여 알아서 살아가라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추측한 뒤 “사법기관까지 동원해 불법전화 사용자들에게 거액의 벌금을 뜯어내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인민들에게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된다’는 황금만능주의 사상만 심어줄 뿐”이라고 북한 당국을 비난했다고 한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불법전화’ 소지 또는 사용자에게 벌금형만 선고하자, 과거 단속에 걸려 징역을 사는 사람들의 가족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당장 벌금을 낼 테니까 가족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불법전화’ 단속의 빈도를 강화하는 대신 처벌 수위를 낮춘 것은 자금부족과 함께 ‘충성계층’이 아닌 일반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풀어줘 체제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이 한국이나 중국에 있는 가족·지인들에게 자금을 요구해 받을 때 주로 中위안화나 美달러화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중간에 빼앗으면 손쉽게 외화벌이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