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대북제재로 철수 전 한국 정치인·기업인 동선·친인척 파악 지시”
  • 지난 11일 KBS는 "中공안 당국이 북한에 의한 납치·테러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인 10여 명에게 귀국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11일 KBS는 "中공안 당국이 북한에 의한 납치·테러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인 10여 명에게 귀국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중국 공산당이 지난 9월 28일 “북한과의 합자기업을 120일 내에 모두 폐쇄하라”고 명령한 뒤 중국 내 北외화벌이 기관들은 현재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이 이들에게 “한국 주요인사들의 신상정보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비밀 지령을 내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17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번 비밀 지시는 국가보위성이 주도한 것으로 ‘외화벌이 기관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빈손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며 한국인에 대한 각종 정보수집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中길림성 연길시의 조선족 소식통은 “北외화벌이 기관들 대부분이 연말까지 철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철수를 앞두고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가 노동당 중앙으로부터 하달됐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지난 10월 초에 평양에서 내린 지시는 국가보위성 명의의 내부 기밀자료”라며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정치인, 기업인, 학자, 목사 등 주요 인사들과 그들의 친인척에 관한 신상정보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것이 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이 北외화벌이 기관들에게 요구한 한국인 신상정보에는 해당 인물의 특징과 취향, 평소 이동경로, 친인척 관계까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현재 중국에 파견나온 北노동당 간부와 주재원들은 사업문제나 인적교류로 中현지인과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들과도 접촉,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사람과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北외화벌이 기관들이)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한국인 납치 또는 테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中길림성 장춘시의 조선족 소식통 또한 이와 같은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중국에서의 철수를 앞둔 北외화벌이 기관 간부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두고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면서 “일부 간부들은 현지인은 물론 한국 사람들과도 오랫 동안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신상정보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北외화벌이 기관 간부들은 중국에서 수집한 한국인의 신상정보가 ‘위험한 일’에 쓰일 가능성이 높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소식통은 “평양에서 그런 지시를 내린 뒤 北외화벌이 기관 간부들이 한국 사람들의 신상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국가보위성 지시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런 정보를 요구하는 간부들의 얼굴에도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 2015년 9월에는 중국에서 한국인을 납치하려던 北정찰총국 조직이 中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다.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5년 9월에는 중국에서 한국인을 납치하려던 北정찰총국 조직이 中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다.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 소식통은 “중국에 나온 北간부 가운데 일부는 오직 한국인의 정보를 파악하는 게 주 임무”라면서 “재일교포 귀국자 출신이라는 한 평양 여성은 中단둥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놓고 정기적으로 일본과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측이 한국인들에 대한 신상정보 수집을 지시한 것은 한국인을 납치하거나 테러하려 할 가능성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소식통들의 우려섞인 경고도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의 이야기는 10월 초 中국가안전부와 공안 등이 中-北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10여 명에게 “북한에 의한 납치·테러 가능성이 있으니 일시 귀국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김정은 정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대북압박 공조외교에 균열을 만들기 위해 한국인 또는 재일 교포나 재미 교포를 다수 납치, 이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이를 막아야 할 한국 정보기관들은 현재 정부와 여당의 '적폐청산' 활동 때문에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북한의 첩보수집을 제대로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