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대로 잘 가고 있다"고 했지만…'9인 체제' 조건부 언급 사라져
  •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 그는 지난 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에 관한 청와대의 입장을 언급한 적이 있다. ⓒ뉴시스 DB
    ▲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 그는 지난 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에 관한 청와대의 입장을 언급한 적이 있다. ⓒ뉴시스 DB

    청와대가 1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대행체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반발에 대해 "헌법재판소 측의 입장과 크게 취지가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절차대로 잘 가고 있다"는 주장이지만, "후임 재판관을 신속히 임명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 유지에 관해서는 대변인 브리핑을 다시 봐 달라"며 "국회가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법률안을 들고 있기 때문에 법률안을 마치면 바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명료하게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재판관이 낸 입장문도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 안에서 인사문제를 해소해달라는 주장이기 때문에 청와대 입장과 헌법재판관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어찌됐던 헌재소장 임명과 관련해 여론이 있고, 어제 입장문이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 부분과 관련해 청와대 내에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하시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신임 재판관 임명을) 준비중이라 했다"며 "검증이 끝나고 적임자라 생각되면 발표할 것이다. 이런 요구가 있어서 서두르고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의 발표는 전날 헌법재판관들이 모은 의견에 대한 입장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관들은 이날 재판관 회의를 통해 공석인 헌법재판소 소장의 조속한 임명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헌법재판관들은 "소장 및 재판관(1명) 공석 사태 장기화로 헌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물론이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며 "조속한 임명 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돼야 한다는 점에 (재판관들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현재 헌법재판소 소장 직은 공석으로 남아있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목됐지만 국회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그간 김이수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한 발 물러선 듯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이유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앞서 지난 10일 "지난 9월 18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간담회에서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계속수행에 동의했다"며 "이에 청와대는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임명해야하는 사안이지만 헌법재판관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했다는 식의 태도다.

    이같은 설명은 지난 13일에도 계속됐다. 당시 박 대변인은 "박 대변인은 "지난 1월 31일 이후 7인 내지 8인 체제로 운영된 헌법재판소에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조속히 인선해 8인 체제의 비정상적 상황을 조속히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크고, 청와대도 신속히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예정"이라면서도 "국회에서 먼저 헌재소장의 임기를 명확히하는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바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원론적으로는 후속 인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조건을 내건 셈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사법부 판결 최후의 보루의 역할을 하고 있어, 그간 헌법재판소 관련 인사는 여야간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었다. 합의가 어려울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경우 "사법부가 장악되면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처럼 몰락할 것"이라며 대법원장 등 사법부 관련 인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9월까지 김이수 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싶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랐다. 헌법재판소의 지난 16일 입장 역시 조속한 신임재판소장 임명으로 대행체제를 끝내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 9월까지 가려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의구심이 불러온 오해 같다"며 "그렇다고 대통령이 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또한 진의가 왜곡됐다기보다는 대통령에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반응으로 알고 있다"며 "정쟁에 대한 해석은 (되도록)적게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