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증거-전문증거' 등 유죄 근거 놓고 날선 공방
  • 1심에서 실형 5년을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항소심 정식 절차가 시작됐다. 1차 공판은 항소이유와 사실관계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이라는 명제를 놓고 양측의 입장차가 확인됐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전방위적인 청탁이 있었다'는 기본 입장을 강조했고,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와 특검이 '나무는 없는데 숲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은 경영권 승계를 중심으로 한 사실관계를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안종범 수첩 등 유죄의 근거로 제시된 증거의 능력을 놓고 변호인단의 거센 반격이 전망된다. 

    변호인단은 1차 공판에서부터 안종범 수첩을 포함한 증거들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특히 부정한 청탁의 근거로 제시된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가 요증사실로 인정되는 등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요증사실은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주요 사실로 형벌권의 존재 여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 책임능력 등을 포함하고 있어 엄격한 증명력을 요구한다. 특히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거나 피고인이 자백한 상황에도 임의성과 함께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해 진위판단이 까다롭다.

    다만 진위판단은 법원의 자유로운 심증판단인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요증사실 여부에 대한 검찰과 피고의 의견은 항상 엇갈리는 편이다. 그럼에도 요증사실의 진위가 불명확할 때는 해당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고, 이를 증명할 입증책임이 검찰에 있어 피고인에 유리한 상황이 우세하다.

    변호인단이 요증사실을 강조한 건 안종범 수첩을 요증사실로 인정한 1심 판결과 특검의 입장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실제 1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을 간접증거로 채택했음에도 '서면 증거'로 인정해 전문법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종범 수첩이 요증사실로 인정돼 유죄의 근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대로 이 부회장이 행동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변호인단이 요증사실을 언급한 결정적 이유다.

    실제 안종범 수첩은 본인이 인정대로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전해들어 완성됐다. 전문진술의 성립조건을 충족하는 셈이다.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안종범 수첩이 전문진술에 대한 증거 능력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316조(전문의 진술)를 따라야한다고 평가한다.

    형사소송법 316조는 1.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 공정증서등본 기타 공무원 또는 외국공무원의 직무상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 2.상업장부,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 3.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대해서만 증거 능력을 부여한다. 

    반면 특검은 이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검은 기재내용과 법정증언, 관련자 증언 등을 종합할 때 수첩에 기재된 사실관계가 인정돼 전문진술이 아닌 서면 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첩을 작성한 안 전 수석이 수첩내용 대부분을 인정한 만큼 서면 증거로 사용되는데 문제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형사소송법 313조에 명시된대로 안 전 수석 스스로가 자필로 기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사실도 강조했다. 형사소송법에 비춰볼 경우에도 서면 증거로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에 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 313조는 원진술자인 박 전 대통령의 자필 또는 서명날인을 요구하는 것이라 반박했다. 결국 수첩은 전문진술에 해당해 진정성립 만으로 증거능력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원진술자의 인정이 없을 경우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주장이다.

    한편 항소심에서는 안종범 수첩의 전문법칙 적용 여부를 포함한 증인·피고인·서류 증거의 사실인정에 대한 법리공방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이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와 같이 다른 증거들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의 요증사실은 결국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라며 "안종범 수첩 등 불리한 증거가 요증사실로 인정될 경우 결국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증거능력에 대한 변호인단의 공세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