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샅바싸움' 돌입… 보수통합 어디로 가나

"한국당 정책 변화해야 통합 가능"… 당내 반발로 분당 가능성 고조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0.10 15: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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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에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의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국민들의 '추석 민심'이 '보수가 통합해 문재인정권의 독주를 저지해달라'는 방향으로 모였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바른정당 자강파의 구심점으로 알려진 유승민 의원이 "보수통합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며 '샅바싸움'에 나서, 발언의 진정한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유승민 의원은 10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당장 한다 해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도 가능하다"고 천명했다.

바른정당은 통합파와 자강파 의원들 사이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

통합파 의원들은 11·13 전당대회에 한 명도 출마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보이콧'을 하면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보수우파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전당대회 전에 분당(分黨)될 가능성이 고조되는 국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통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자강파의 당권주자 유승민 의원이 "당장에라도 보수통합할 수 있다"고 치고나온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발언의 진정한 의도를 찬찬히 살펴보면, 민심이 요구하는 '보수통합'의 프레임을 외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뒤, 그 안에서의 정치적 명분을 놓고 '샅바싸움'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철저하게 이용해 표를 얻었다"며 "이제 와서 출당한다는 것은 통합 조건도 안 될 뿐더러 정치도의로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 청산'을 갈라져 있는 두 보수정당이 다시 합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일반적으로 간주해왔다. 이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친박 청산'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가 7·3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선출되자 본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을 추진하면서 현실로 이뤄질 조짐을 보이자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먼저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당되면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이제 한국당의 친박은 청산됐으니 나는 돌아가겠다'고 떨쳐일어설 것으로 보고, 미리 '명분 빼앗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유승민 의원이 "당장이라도 하겠다"는 보수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은 무엇일까.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정·평등·정의 같은 이념을 받아들이는 보수의 진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당이 정책과 입법에서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문제에 대해 변화하면 통합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본인은 항상 "아니다"라고 하지만 다시 한 번 '경제는 진보'를 천명한 셈이다.

이러한 '경제정책 좌(左)클릭'은 한국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이 "보수통합을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지만, 오히려 보수통합과는 더욱 멀어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통합의 전제조건'은 유승민 의원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식일 뿐, 바른정당이 창당할 때 창당멤버들 사이에서 공유한 인식은 아니라는 점이다.

'친박 청산'은 창당 당시부터 구성원들 사이에서의 공감대가 있었지만 '경제는 진보'는 유승민 의원, 그리고 유 의원과 가까운 몇몇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만 공감을 이룬 부분이었다.


당장 전날 바른정당의 창당 주역 4인방인 김무성·정병국·주호영·유승민 의원이 만난 자리에서도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의 정책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반면, 김무성 의원은 "친박 청산이 통합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의원만의 인식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당내 중진의원도 있다.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은 지난달 11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약에 동의할 수 없었기에 지난 대선 때 유승민 후보를 돕지 않았다"며 "유승민 후보의 공약인 탈원전·증세·최저임금 인상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과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의 경제정책이 동일한 게) 지금까지도 족쇄가 되고 있다"며 "바른정당은 도그마화된 유승민 의원의 공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현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명은 "한국의 시장경제가 정상적이지 않은데 진보가 짜놓은 '시장경제'란 협소한 보수 프레임에 갇히면 안 된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게 '바른 보수'"라고 했다. 같은 당에 몸담기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인식의 간극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승민 의원의 '한국당 정책 좌(左)클릭론'은 기존의 전제조건인 '친박 청산'이 달성돼 보수통합의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는 것에 제동을 걸고, 집단행동의 명분을 사전에 빼앗아 움직이기 어렵게 하려는 승부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당내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민심의 견인 또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수통합의 전제조건을 일방적으로 천명한 것은 오히려 당내 반발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른정당의 핵심 중진의원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당대당 통합 제안을 적기(適期)에 해야 한다'는 사인이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한 제안이 나온다면 유승민 대표가 포위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유승민 의원 역시 이를 전혀 모를 리는 없다. 다만 유승민 의원은 정치적 명분만 선점할 수 있다면, 당이 깨지면서 비교섭단체로 전락해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결심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의원 1명만 탈당해도 교섭단체가 깨지는 바른정당이지만, 유승민 의원은 인터뷰에서 "통합파 의원들을 한 분 한 분 만나 설득하고 있다"면서도 "최악의 경우 일부 이탈이 있더라도 전당대회는 치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파 일부 의원들의 탈당은 감수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에서는 바른정당 내의 기류로 볼 때, 막상 탈당의 방아쇠가 당겨지면 탈당 의원은 '일부'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오히려 당에 남는 의원이 '일부'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의원이 11·13 전당대회 강행의 강한 의지를 내비친 이유는 뭘까.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의 1위 문재인 후보는 청와대에 입성했고 2~3위인 홍준표·안철수 후보도 각각 전대에서 당대표로 복귀해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자신만 여론의 주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며 "지난 대선의 4위 주자로서 정치적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초조감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직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지조차 않았고, 다음번 청와대 여야대표 초청 회동은 있을지 없을지, 있다면 언제 열릴지, 또 비교섭단체 대표를 초청할지 안할지 모든 게 불투명한데 먼저 나서서 청와대의 초청에 응하겠다고 밝힌 게 그 반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홍준표 대표처럼 (청와대 회동에) 그냥 안 갈 게 아니다"라며 "바른정당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 만나서 그날 밤을 새우더라도 안보 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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