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교과서 한국사 만화’, 지나친 북한 미화 서술·표현 물의
  • 도서 ‘한눈에 보는 교과서 한국사 만화(저자: 장길수) 캡처 화면. ⓒ바른교육학부모연합.
    ▲ 도서 ‘한눈에 보는 교과서 한국사 만화(저자: 장길수) 캡처 화면. ⓒ바른교육학부모연합.


    어린이를 주 독자층으로 발간된 한국사 만화 교재가 ‘김일성·김정은 위인전’을 연상시킬 만큼 왜곡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나친 북한 미화 서술로 물의를 일으킨 저서는 ‘한눈에 보는 교과서 한국사 만화(북한사)’이다. 출판사 효리원이 펴낸 이 책의 이념 편향성은 올해 초 한 학부모가 블로그에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책을 읽고 ‘우리나라는 나쁜 나라다’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학부모는 “만화책 ‘북한사’는 통일에 대비해 북한을 제대로 알자는 취지로 집필됐다고 하지만, 거의 김일성 위인전을 보는 느낌”이라며 “북한 땅을 내려다보는 김일성의 옆모습은 마치 나라를 구한 난세의 영웅처럼 비장한 눈빛으로 미화돼 있다”고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수의 초·중학교가 이 책을 필독도서로 지정했거나 현재도 지정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 책을 필독도서로 지정한 학교는 태O초·남O중·상O중·여O중·송OO중 등이다. ‘소년한국도서’는 이 책을 2006년 만화부분 우수도서로 선정하기도 했다. ‘소년한국도서’는 이 책의 저자 장길수씨가 편집장으로 근무한 곳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이 책은 5년 전 절판됐다. 그러나 현재도 서울시교육청 소속 ‘서대문도서관’과 ‘마포평색학습관’ 등에서 이 책을 대여할 수 있으며, 교보문고 중고서적 사이트를 통해 구매도 가능하다.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향후 개정판이 나올 계획이다.

    이 책의 지나친 좌편향성은 ‘김일성 가짜설’과 관련된 서술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일성 가짜설은 남한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졌는데, 이는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남한 정권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래서 김일성이 항일 운동을 했다는 것은 거짓이라는 주장이 한동안 널리 퍼지게 됐다.’

    - ‘한눈에 보는 교과서 한국사 만화(북한사)’ 중 일부.

    위 서술 중 ‘남한 정권’이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할 목적으로 이 설을 퍼트렸다는 취지의 주장은, 책의 집필의도가 ‘북한 바로 알기’가 아닌, ‘김일성 세습정권의 미화’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만든다.

    ‘토지개혁’ 관련 부분도 논란거리다. 이 책은 ‘농민들은 신이 나서 죽을 지경’, ‘과연 김일성 장군이야’, ‘내 땅!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등의 문구를 동원해 북한의 토지개혁을 극찬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의 학자들’이 “혁명이 이렇게 빠를 수는 없어”, “다른 나라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감탄하는 모습도 담고 있다.

    반면 소작농에게 온전한 소유권을 보장한 한국의 토지개혁과 달리, 북한의 토지개혁(토지몰수)은 경작권만을 부여한 뒤 이마저도 집단농장 정책을 통해 박탈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책은, 김일성 정권이 북한 주민을 착취한 대표적 사례인 ‘천리마운동’의 실체도 왜곡하고 있다. 주민들이 두 팔을 치켜들고 “우린 3년 걸릴 걸 75일 만에 해냈다”라고 환호하는 그림이 그 예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데, 일부 역사 교과서나, 교양서적 등이 역사를 왜곡하면 안정적인 통일을 준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덧붙여 그는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굶주림과 인권 탄압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도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 특히 초등학생이 편향되고 잘못된 역사 교과서로 배우게 되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든가 ‘대한민국을 엎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책의 저자인 장길수씨는 동아대를 졸업했으며, 소년한국도서 편집장을 지냈다. 저서로 ‘천사여 날개를 펴라’, ‘놀라운 디지털 세상’, ‘재벌의 성공 비화’, ‘이순신과 난중 일기’, ‘김구와 백범 일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