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규의 장모, 오르그뜨의 어머니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몽골 만두와 사위가 왔다고 해서 특별히 준비된 양고기였다. 나와 지만이는 처음 먹어보는 몽골 음식이었는데, 입에 착 달라붙는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입맛이 없지는 않았다. 모르겠다. 나는그랬는데, 지만이는 또 다른 맛을 느꼈을지. 지만이는 입바른 소리처럼 들리긴 하지만, 저녁식사를 하면서 연신 엑설런트를 연발해 대었으니까. 오르그뜨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엑설런트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도 말이다.

    저녁식사 후에 우리는 집 밖으로 나왔다. 율리히를 화장하고 남은 재를 뿌렸다는 오름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어머니가 이제 밤이 이슥하니 자고 내일 아침이나 낮에 오르라고 하였지만, 성규가 막무가내였다. 지금 꼭 올라 처제를 만나봐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말에 따르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성규가 하두 완강했기 때문에 아무 말 않고 성규의 뜻에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밖에 나와서 오르그뜨 어머니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몽골의 사월 밤은 몹시 차가웠다. 한국의 초겨울 같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차가운 날씨에 그것도 불빛 하나 없는 시골의 캄캄한 밤에 오름에 오르겠다고 나선 성규가, 나는 좀 그랬다. 그러나 성규에게 차마 내일을 도모하자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 웬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고, 성규의 뜻에 그냥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마음이 내게 있었다. 지만이도 그런 것 같았다. 나처럼 암말 없었던 거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오름을 오르는 우리들 사이에는 일종의 종교적인 기분 같은 게 형성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오름까지의 거리가 한 오 백여 미터쯤 되었고, 오름의 높이는 야트막한 언덕이어서 높이랄 만한 것도 없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 매일처럼 오르던 학교 언덕보다도 더 낮은 언덕이었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오름의 정상에 올랐고, 오름의 정상은 쌩쌩 매섭게 몰아쳐오는 칼바람만 빼면 다 괜찮았다. 헌데, 오름의 정상에서 한 팔 할 이상을 차지하는 게 바람이었다는 것이었다. 바람을 빼면 오름의 정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몽골은 초원과 사막의 나라여서인지 몰라도 바람의 움직임이 정말이지 예사롭지 않았다.

    그 세찬 칼바람 때문에 나는 어서 빨리 오르그뜨의 집으로 철수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성규는 달랐다. 마주하고 서 있기조차 힘든 칼바람을 성규는 맞이하고 섰고, 그리고는 두 팔을 활처럼 벌리고는 미풍이라도 맞이하듯 지긋이 눈을 감은 채 그 칼바람의 내음을 냄새맡고 있었다. 그 칼바람 속에 무슨 냄새가 있고, 느껴야 할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한동안 칼바람을 미풍처럼 맞이하고 서서 그 바람의 내음에 심취해 있던 성규가, 갑자기 눈을 뜨고는 우리에게 말했다.

    "오르그뜨가 왜 나를 여기로 보냈는지 알겠어. 진주목걸이 때문이 아니었어. 처제, 그녀의 동생 율리히를 만나고 오라는 거였어."
    "네 얘기를 들으니까 그런 것도 같다만, 하지만 죽은 사람을 만날 수는 없는 거잖아."
    "아니, 나는 만났어. 이 오름의 정상 위에서. 이 산뜻한 미풍 속에서, 말이야."
    "?...."

    성규의 말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래었다. 죽은 사람을 만났다고 하질 않나, 매서운 칼바람을 두고 산뜻한 미풍이라고 하질 않나, 성규의 정신이 몽롱해진 게 아닌가 싶었다. 순간 성규가 걱정스러워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걱정을 접었다. 지금 성규는 초자연적인 것과 교감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성규의 마음상태가 충분히 읽혀진다는 것이었다. 성규가 내일 아침이나 낮에 와도 되는 걸 굳이 지금 이곳으로 오자고 한 것도, 그 마음상태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그 마음상태를 읽을 수 있다면, 죽은 사람을 만났다 하고 매서운 칼바람을 산뜻한 미풍이라고 주장하는 성규의 말이, 이해되었다.

    "오르그뜨가 왜 집을 나갔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 때문이었던 거야. 처제가 죽었는데, 형부란 작자는 아무 눈치도 못채고 태평하기만 한 데에 참을 수가 없어 집을 나갔던 거야. 그게 오르그뜨가 집을 나간 이유였던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란 거야."

    성규의 얘기를 들으니까 그런 거 같기도 했다. 자기 동생이 죽어 자기는 슬픈데 정작 형부란 작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희희낙락거리고만 있으니 한순간 성규가 꼴보기 싫어졌을 수 있고, 그래서 집을 뛰쳐나왔을 수도 있었다. 성규에게 자기 동생 율리히가 죽었다는 말을 하면 되었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하지 말라 하였기 때문에 말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하다 그게 화병이 되고, 화병 때문에 집을 뛰쳐나갔을 수도 있었다.

    사람이 말 못할 비밀을 갖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가 이 고통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동화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부부사이에서 말 못할 비밀이 생긴다는 건 고통의 농도가 더 증대되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부부란 살을 섞고 살아야 하는, 비밀이 없어야 할 사이인데, 비밀이 생겼으니 말이다.

    성규의 말에 일리는 있었다. 오르그뜨가 집을 나간 시기가 그녀의 동생 율리히가 죽은 때와 겹친다는 점도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오르그뜨가 집을 나간 시기가 그녀의 동생 율리히가 죽은 때와 겹친다는 점도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오르그뜨가 집을 나간 게 전적으로 그 때문이라고 하는 데에는 무리였다. 그게 성규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오르그뜨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줄 만한 이유였으니까.

    그러나 여자란 대체로 신뢰할 만한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직하다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럼직한 거 너머가 늘상 있는 게 여자라는 것이었다. 1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한 당숙이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조언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나는 성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성규의 말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성규가 자신의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서울서 처제에게 주기 위해 사 가지고 온 진주목걸이였다.

    성규가 진주목걸이를 정성스럽게 오름의 정상 위에 내려놓았고, 그리고는 말했다.

    "됐어, 여기다 두면 처제가 가져갈 수 있겠지."
    "아니, 그 진주목걸이를 여기다 두고 가겠다는 거야."

    이렇게 물은 것은 지만이었다. 나도 그처럼 묻고 싶었다.

    "그래."
    "여기다 두고 가면 어떻게. 아무나 가져가면 어떡할려고. 집에 가져가서 어머니나 할머니를 드려야지.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여기다 두어야 해. 여기다 두어야 처제가 가져갈 수 있어. 처제 줄려고 가져온 거니까 처제가 가져갈 수 있는 곳에다 놓아두어야지, 다른 어디다 놓아둔단 말이야."
    "정말 그렇게 믿는 거야?" "정말 그렇게 믿는 게 아니라, 정말 그런 거야."

    성규는 정말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 정말 그렇게 믿는 성규에게 여기다 두면 진주목걸이를 헛되게 잃을 뿐이라고 설득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설득이 무의미한 일이었다. 진주목걸이가 아깝긴 하였지만, 진주목걸이의 주인은 성규였으므로 성규가 진주목걸이를 어떻게 처분하든 그건 성규의 자유의사였다. 지만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성규가 이제 됐다고 그만 돌아가자고 하였을 때에야 우리는 오름을 내려와 오르그뜨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 전에 수차례 오름의 정상을 내려와 오르그뜨의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성규의 의식이 끝나지 않아 돌아가자는 말도 하지 못했고, 감히 돌아가지도 못했다. 정말이지 그때의 성규를 가만 보면, 무슨 종교의식을 치르는 사람 같았다. 성규는 원래 종교도 없는 앤데, 이런 때 이런 장소에서 뜬금없이 종교적이 된다는 게 참 사람은 종교적 동물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오는 것이었다.

    오르그뜨의 집을 나와 다시 오르그뜨의 집까지 돌아오는데 한 시간쯤이 걸린 듯 했다. 율리히의 화장하고 남은 재를 뿌린 오름의 정상에 올라 성규가 율리히를 만나고 그녀에게 진주목걸이를 선물로 선사하고 돌아오는데, 그렇게 한 시간쯤이 소요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얇은 봄 쉐타 하나 달랑 입고 있었던 나의 몸은 얼대로 얼어 있었고, 따뜻한 온돌방의 추억만이 머릿속에 떠올라와 자리잡고 있었다.

    집에서는 오르그뜨의 할머니와 쌍둥이 남동생은 이미 잠이 들어 있었고, 오르그뜨의 어머니만이 우리를 기다리다 지친 채 맞아주었을 뿐이었다.

    다음날 일찌감치 떠나려 하였으나, 오르그뜨의 어머니가 극구 만류하는 바람에 하루를 더 오르그뜨의 집에 묵어야 했다.

    오르그뜨가 찾아오라는 진주목걸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성규가 오르그뜨를 위해 처제의 유품 가운데 볼 만한 것을 가져가면 안 되겠는가고 어머니의 의사를 타진했고, 어머니는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율리히의 유품을 성규에게 내주었던 것이었다. 어머니가 건네준 율리히의 유품 상자 속에 오르그뜨가 찾아오라고 했던 그 진주목걸이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입을 통해 오르그뜨의 어머니에게 마을 뒤편 오름에 한 번 올라보라고 살짝 귀띔했다. 자세한 내막은 말하지 않고, 그곳에서 율리히와 관련된 물품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오르그뜨의 어머니는 무척 궁금해했는데, 그 궁금증 때문에 오그르뜨의 어머니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마을 뒤편의 그 오름을 찾아갔다. 오르그뜨의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그녀의 손에 어젯밤 성규가 오름의 정상에 놓아두고 온 그 진주목걸이가 들려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 진주목걸이를 얻게 되어 무척 기뻐했다. 또 신기해하기도 했다. 어떻게 진주목걸이가 거기에 있을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면서도, 그게 율리히가 어머니에게 전하는 메시지일 거라고 미신적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그게 성규가 갖다놓은 진주목걸이라고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그 진주목걸이를 죽은 율리히가 어머니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 진주목걸이가 율리히의 유품 속에 있는 진주목걸이와 똑같은 진주목걸이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율리히 것인 게 틀림없어. 율리히가 갖고 있던 진주목걸이와 똑같은 것이거든. 이게 율리히 게 아니라면 율리히가 갖고 있던 진주목걸이와 똑같은 것일 리가 없지. 이건 분명히 율리히가 진주목걸이가 되어 나를 찾아온 거야. 그렇지 않은가, 총각."

    어머니가 나에게 물었고, 나는 환하게 웃어보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진주목걸이의 내막을 알고 있는 나는, 어머니의 물음에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여야 하였지만, 사실을 사실대로 대답하기에는 어머니의 기쁨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성규가 오름의 정상에 놓아두고 온 그 진주목걸이를 오르그뜨의 어머니가 차지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였는데, 성규는 다행이라고도 다행이 아니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그 진주목걸이를 어머니가 갖게 되어 다행이지 하고 넌즛이 묻자, 성규는 다음처럼 무덤덤하게 대답하였을 뿐이었다.

    "그게 율리히의 뜻이었을 거야."

    몽골이란 나라가 그런 듯 했다. 아니면, 성규가 몽골 여자와 결혼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몽골이란 나라는 아무래도 종교적인 나라 같다는 것이었다. 오그르뜨의 집에 도착하고서부터 내내 성규가 보인 태도나, 오르그뜨의 어머니가 보이고 있는 태도나 하나같이 종교적인 늬앙스를 지닌 것들이었다. 율리히는 죽었고, 죽은 율리히와 아직 살아있는 우리들과는 소통이 불가능한 일일 텐데도, 마치도 소통이 가능한 것처럼들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아무래도 적응이 안되는 일이었다.

    다음다음날 우리는 일찌감치 오르그뜨의 집을 나왔다. 예정보다 하룻밤을 더 있었는데도 오르그뜨의 어머니는 여전히 우리를 보내는 게 아쉬운 것 같았다. 오르그뜨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하였을 때에야 아쉬움을 내려놓고, 어여 가보라고 했다.

    우리가 떠나는 마당에 오르그뜨의 할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연세 탓인 것 같았다. 연세 드신 탓에 마음이 여려지셨고, 마음이 여려지신 탓에 사소한 일에도 눈물을 흘리시는 것 같았다.

    성규가 눈물 흘리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조만간에 오르그뜨를 데리고 다시 한번 찾아오겠노라고. 그러나 성규의 그 말은 할머니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통역을 하여야 할 아지가 택시를 대절하러 그 곳에 없고 멀리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오르그뜨의 친정식구들과 헤어져 대절한 택시를 타고 온다르항의 공항으로 왔다. 거기서 예정된 경비행기를 타고 울란바토르 공항으로 날아왔다.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두 시 조금 넘어 있었다. 예약해 놓은 인천공항행 비행기가 세 시 반이었으므로, 한 시간 반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한 시간 반 동안 우리는 공항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그리고 차를 한 잔 한 뒤 아지와 헤어졌다. 헤어지는 마당에 우리는 아지에게 지불하기로 한 금액보다 십 만원을 더 얹어주었다. 아지는 사양하지 않고 무척 좋아하기만 했는데, 아지는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아지가 없었다면 우리는 몽골에서 우리가 목적한 바를 달성하는데 무척 고생하거나 애를 먹어야 했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오르그뜨가 찾아오라고 한 진주목걸이를 찾는데 무척 애를 먹었을 거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걸 찾는 게 불가능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거 맞지. 찾아오라고 한 진주목걸이가."
    "잘 찾아왔군요. 수고했어요....그럼 몽골까지 갔다온 건가요."
    "그래, 장모님 할머니 당신 동생 다 보고 왔어. 특별히 율리히도 보고 왔지."
    "율리히를 보았다구요?"
    "마을 뒤편의 오름에 올라갔었어. 거기서 율리히를 만날 수 있었어."
    "?...." "이제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데에 아무 문제도 없는 거지."
    "그럼요. 얼마나 돌아가고 싶은 집이었는데요."

    나와 지만이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성규와 오르그뜨는 곧 극장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손을 맞잡고 다정스럽게 극장 밖으로 걸어나오는 성규와 오르그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손을 맞잡은 성규와 오르그뜨가 나와 지만이 곁으로 다가왔을 때, 내가 말했다.

    "내 차로 시골집까지 데려다 줄까."
    "그럴 필요 없어요. 기차표를 끊어놨어요. 역까지만 태워다 주세요."

    우리는 모두 내 차를 탔다. 나는 운전석에 지만이는 내 옆에, 성규와 오르그뜨는 뒷좌석에.

    시동을 켜고 차가 막 출발하기 시작했을 때 지만이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나는 집만이의 말소리를 들었지만, 아마 뒷좌석의 성규와 오르그뜨는 듣지 못하였을 것이었다. 들었다 하더라도 오르그뜨는 지만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을 거였다.

    "꼭 갓 결혼한 신랑 신부가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차를 탄 모습이군."

    지만이가 그런 말을 해서였을까, 백미러를 통해 멀어져가는 몽골문화촌의 대극장이 마치 아담한 결혼식장처럼 보여오는 것이었다. 아듀, 몽골문화촌의 대극장이여, 결혼식장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