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겐 서로를 성장시킬 힘이 있으며, 우리는 어깨를 토닥여주고 격려받을 가치가 있다.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픔을 극복하고 격려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김태형 연출)

    공연제작사 악어컴퍼니가 '3일간의 비'에 이어 7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국내 초연작 '오펀스(고아, 원제-Orphans)'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이다. 

    1983년 LA에서 초연된 후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아 1987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05년 로스엔젤레스의 그린웨이 코트 시어터에서 공연할 당시 알 파치노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2013년에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세상과 단절돼 살아온 고아형제 형 '트릿'과 그의 동생 '필립'이 어느 날 50대 중년의 시카고 갱스터 '해롤드'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 당해 내면 깊이 상처를 지닌 세 인물이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며 점차 가족이 돼가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초연의 연출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팬레터', '로기수', 연극 '모범생들', '베헤모스', '카포네 트릴로지' 등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태형이 맡는다.

  • 김태형 연출은 22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극중 형제의 모습은 너무 극단적이고 기괴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며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는 충분히 격려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는 필라델피아 북부에 위치한 낡고 허름한 복층 주택을 배경으로 형제의 궁핍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놀이공간 혹은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빨간 하이힐, 마요네즈, 총, 칼, 로퍼, 지도 등의 소품이 활용돼 눈길을 끈다.

    연출뿐 아니라 각색까지 동시에 참여한 김 연출은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는 연극이 아니기 때문에 대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대본에 숨겨지고 감춰졌던 부분을 한국 정서에 맞게 쉽고 아름다운 무대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극에서 세 사람의 과거사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여러 소품과 이들의 행동들을 통해 과거에 발생한 일들을 추측할 수 있다. 필립이 바닥을 밟지 않고 가구를 이용해 이동하는 강박증 인물로 설정하거나, 극 말미 춤과 노래 등을 넣어 극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트릿에게 납치돼 형제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의문의 50대 중년남자 '해롤드' 역은 박지일·손병호가 열연을 펼친다. 충동적인 성격과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형 '트릿'은 이동하·윤나무·장우진이, 트릿의 비정상적인 집착과 보호로 세상과 단절돼 집안에서만 지내는 동생 '필립'은 문성일과 김바다가 연기한다.

    발을 땅에 딛지 않은 채 원숭이처럼 집안 곳곳을 돌아니는 '필립' 역의 문성일은 "처음에는 의자, 소파, 테이블 등을 밟으며 이동하거나 메달리는 게 겁이 많이 났지만 고정장치가 있어서 안전하다. 관객들이 보기에 위험해볼 수 있지만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이고 살릴 수 있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연극 '남자충동', '미친키스' 등에 출연하며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는 배우 손병호는 "무대는 친정이고 고향이다. 배우로서 스스로 나 자신을 확인하는 자리다. 젊은 배우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즐겁고 가슴 벅차다"고 했다.

    연극 '오펀스'는 11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관람료 4만~5만5천원. 문의 02-764-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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