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체전 종합 우승의 그늘…관련단체 늦장 대응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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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지방경찰청

    지난 17일 막을 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 7개 등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한 충북장애인사격팀의 한 선수가 다른 지역 선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고통 속에서 경기를 치러낸 것으로 알려지며 도체육회 등 관련단체의 늦장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피해자 A씨는 1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장애인체전에 출전하지 못할뻔 했다”며 악몽 같았던 피해 사실을 이야기 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동계훈련 차 청주에 온 강원도 소속 선수 B씨가 A씨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이에 A씨는 B씨를 성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은 B씨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 5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상태에서도 B씨는 선수생활을 계속했고 각종 대회에서 B씨를 만나게 된 A씨는 심한 불안증세 등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B씨는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A씨에게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배가시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7월 열린 전국장애인사격선수권대회와 내년 청주IPC사격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전국장애인체전 등은 선수들에게 연금과 직결되는 중요한 대회여서 심적 고통과 부담감은 극에 달했다.

    A씨는 이 같은 어려움을 단체 등에 알렸으나 B씨의 출전은 계속됐고 결국 A씨는 내년 청주에서 열리는 청주IPC사격선수권대회 선발전 출전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나중에야 B씨가 장애인체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장애인체전에 출전했지만 제대로 경기하기가 어려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검찰에서 곧 이 사건을 기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선수 생명을 걸고 억울함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충북장애인사격연맹 남연심 회장(청주시의원)은 “같은 여성으로서, 용기를 내준 A선수가 혼자가 아님을 다함께 응원해 줘야 한다”며 “A선수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훌륭한 사격선수다. A선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가 소속된 충북도 장애인선수단은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총점 1만2156점을 획득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했지만 선수들의 복지와 처우개선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