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장관에 '엄중주의'까지 내리며 북한 지원 강조했던 정부…좁아진 선택지에 진퇴양난
  • 오는 2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19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할 당시 모습. ⓒ청와대 제공
    ▲ 오는 2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19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할 당시 모습. ⓒ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를 주장하면서 오는 2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그간 꾸준히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해온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만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국제사회와 유엔이 당면한 평화와 안전 유지와 관련한 주요 문제에 대해 확고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특히,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하여 북핵 및 북한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 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연설은 한·미 양국 정상이 그간 누차 밝힌 바 있듯이 북한의 엄중한 핵 미사일 도발에 대하여 최대한도의 제재와 압박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긴밀한 공조와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반응은 미국과의 굳건한 한미 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취임 후 첫 유엔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맨(김정은을 지칭하는 말)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며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북한 정권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김정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국은 준비가 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북한의 완전한 파괴가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언급도 했다.

    미국이 사실상의 유엔총회 개회사에서 북한에 대한 최고수위의 발언을 꺼내자, 청와대가 이에 발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의 주장은 그간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날까지만해도 청와대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해 '엄중주의' 조치를 내렸다.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했다는 게 이유였다.

    같은 날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지원 시기는 이번주에 협의회가 열리면 거기서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빠른 시일내에 하겠다, 좀 상황을봐서 하겠다는 2가지가 있는데 언제가 될지 결정내용은 모르겠다"고 했다. 대북지원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못박은 것이다. 미국이 '군사옵션'을 포함한 김정은의 고립을 주장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청와대가 한차례 입장을 뒤바꾼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오는 21일 기조연설이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한다면, 국제 무대에서 한미 간 이견이 있다는 점을 전세계에 선포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야당 역시 이같은 점을 우려, 미리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엔 무대에서도 남북대화 병행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운운해서 왕따를 자처해선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전면적 대북 압박과 제재의 최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홍준표 대표 역시 "슈미트 독일 총리는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없다면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고, 러시아를 굴복시켰다"며 "문 대통령이 유엔 방문에서 슈미트의 결단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