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계자 "평양전은 계획대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심의 받아 문제 없어"
  •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일 열린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실 ⓒ 뉴데일리 방성주 기자
    ▲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일 열린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실 ⓒ 뉴데일리 방성주 기자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평양전'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서울·평양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평양전 세부 주제)로 지난 2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시작돼 11월 5일까지 진행된다. 서울비엔날레가 마무리되는 11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건축과들과 시민이 제안한 편지를 낭독하고 답변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배형민 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이 지난 2월 서울시에 '평양전'을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열리게 됐다.

    이후 수차례의 간담회와 실무회의가 이뤄졌다. 평양시가 50여곳의 다른 해외 도시와 달리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비용을 부담해 행사를 주관키로 했다.

    임진우·황두진 등 건축가들이 미래의 도시 서울과 평양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남북교류 활성화 방안 등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남북교류기금 2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도시건축비엔날레 사무국의 예산과 인력만으로는 행사를 치르기 어렵기 때문에 기금을 새로 마련했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현재의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핵(核) 위협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왜 하필 지금 평양에 편지를 보내겠다는 것인지 서울시 측의 의도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안보 위협 국면에서 이런 행사를 지속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서울·평양 시장에게 쓰는 편지전'이 개최된 지 하루만에 북한이 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지하에서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한창 행사가 진행 중인 15일에도 북한은 일본 영공을 넘어 태평양을 향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3일, 지난달 29일 '화성-12형'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17일 만이다.

    시민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에도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joyhana**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서 핵으로 위협해도 (800만달러를) 지원해 준다고 하고, 박원순 시장은 마음 놓고 북한을 홍보하는구나"라며 "진짜 이래도 문재인·박원순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아이디 loveryo***은 "서울시장이 어떻게 이런 기획을 생각할 수 있는 건가"라며 "더욱이 북한이 핵실험에 미사일로 전세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북한을 이해하자는 취지의 기획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평양전 행사 소식을 듣고 "상식 밖이라 가짜뉴스인줄 알았는데 진짜라는 얘기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아이디 jj***는 "이거 보고(평양전) 합성인줄 알았는데 진짜 열리는 행사였다"면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아이디 라**은 "(포스터) 폰트 때문에 합성인 줄 알았는데 사이트 주소가 go.kr로 끝났다"면서 "유머 사이트인줄 오해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18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참관한 관객들 중에서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면서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 심의를 받아서 기금을 지원받고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11월 5일까지 차질없이 행사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할 만큼 남북 간 대치국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 관계자는 "행사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평양시장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확인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편지가 얼마나 접수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9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50건 정도가 접수됐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