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두 번째 방미길 오른 대통령을 무거운 마음으로 배웅하며
  • 800만 달러 대북 지원 문제를 국내에 덜렁 던져둔 채 미국 뉴욕을 향해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월초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을 실은 전용기가 출발하려 하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 800만 달러 대북 지원 문제를 국내에 덜렁 던져둔 채 미국 뉴욕을 향해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월초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을 실은 전용기가 출발하려 하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후(한국시각)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면담을 시작으로,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한미일 3국 정상 오찬회동까지 다양한 정상외교 활동을 수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고 했지만, 떠나는 대통령을 배웅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도 한없이 무겁고 조마조마한 것은 매한가지다.

    국내외에서 어떠한 반대에 직면하더라도 반드시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을 지원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같은 국민된 처지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외국 정상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안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 상당 대북 지원이 알려진 이후, 우방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

    미국 국무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으며, 일본은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이 직접 수화기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만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일축하며, 800만 달러 북송 문제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 맡겨둔 채 출국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할 '협상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각에서 보면 답답할 일이다.

    북한이 아무리 핵실험·탄도미사일 도발을 자행하더라도 대북 지원은 하고야 만다는 것은 협상 원칙의 기초인 '나쁜 짓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를 정면으로 어기는 일이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원은 "핵동결은 나쁜 짓을 그만하는 것에 불과한데, 그렇게 한다고 세계가 북한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느냐"며 "그것(동결)은 북한의 당연한 의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협상은 일관된 원칙을 세운 뒤 인내심을 갖고 해야 한다. '협상의 기술'이라는 책까지 낸 이 분야의 권위자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없는 대북 지원은 의아하기도 할 뿐더러, 그렇게 해서 과연 북한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장장 한 시간에 가까운 통화에서 다른 것은 묻지 않고 딱 한 가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말하니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다"며 "실제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보긴 했느냐"고 찔렀던 것은, 반쯤 안쓰러운 감정도 섞여 있었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외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 전략과 관련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보도가 다소 자극적인 형태로 이뤄지기도 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작금의 상황과 관련해 지난 7일 "이 문제(북핵)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세운 전략을 우리나라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서 김을 빼는 상황"이라며 "한미 간의 공조를 더욱 강하게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800만 달러의 사나이'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두 번째 미국 방문에서 '협상의 기술'을 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원칙 있는 대북 협상 전략'에 관한 저자직강의 과외라도 받고 돌아온다면, 무거운 마음으로 대통령을 배웅해야만 했던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