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의 풍향, 보수합동 쪽으로 가닥 잡히나
  •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자리를 먼저 뜨자, 안철수 대표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목례로 배웅하고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자리를 먼저 뜨자, 안철수 대표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목례로 배웅하고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제3세력 중도대통합'론과 관련해 일정한 역할이 기대됐던 손학규 고문의 돌연한 미국행을 둘러싸고, 정계개편의 풍향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손학규 고문은 추석 연휴를 앞둔 이달말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체제가 아니라 연말까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3개월 정도 머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손학규 고문의 미국행은 뜻밖이라는 지적이다.

    손학규 고문은 지난달 27일 밤 안철수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국민의당의 8·27 전당대회가 치러진 날이었다. 이날 선출된 안철수 대표는 이찬열 의원에게 연락을 취해 손학규 고문과의 회동을 주선해달라고 해서, 밤 늦은 시각에 회동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는 손학규 고문에게 제2창당위원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손학규 고문은 지난 1일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 당시 중도 세력 내홍에 관한 해법으로 '손학규 추대론'을 제안한 바 있다. 또 회동 이틀 전인 30일에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바른비전위원회 주관으로 토론회를 갖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가능성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를 보여온 하태경 최고위원과 손학규 고문의 오찬 회동은 화기애애했으며, 두 사람은 양당제 회귀를 저지하기 위한 제3세력 중도통합의 필요성에 상당 부분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이 있던 상황에서 손학규 고문의 돌연한 미국행이 결정된 것이다.

    손학규 고문이 연말까지 국내를 떠나게 되면 안철수 대표가 제안한 제2창당위원장을 맡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계개편과 관련해 물밑에서 역할을 할 여지도 당분간 사라지게 된다.

    최근 정치권의 기류를 고려해볼 때, 사실상 중도통합은 어려워졌다고 보고 운신을 할 공간이 좁아진 정치권과 잠시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른정당의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행보와 의중에 비춰볼 때, 제3세력 중도통합을 현실화하기 위한 동력이 떨어진다고 봤을 것"이라며 "손학규 고문은 연말쯤 귀국해 재·보궐선거를 준비하면서 개헌정국에서 일정한 역할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실제로 손학규 고문은 "연말에는 귀국할 것"이라고 주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손학규 고문이 정치의 명분으로 개헌(改憲)을 내세우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년 연초부터 개헌정국이 조성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재·보선을 통한 원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개헌은 아무래도 국회가 중심일 수밖에 없고, 개헌정국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원내 진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근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 복원에 나선 것도, 중도통합이 멀어지는 기류에 따른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바른정당이 중도통합보다는 보수합동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서, 일단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정치를 복원해 '자강'하는 방향으로 행로를 틀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철수 대표는 8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예산안의 호남 권역 사회간접자본(SOC) 대폭 삭감과 관련해 정부·여당에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나와 광주시민이 호남 SOC 예산을 지켜야 한다고 하니, 민주당은 '적폐'니 '지역감정'을 운운하면서 비난한다"며 "어떤 분은 '지역홀대론을 확대하는 일부 언론은 미국 같으면 처벌받는다'고 으름장을 놓더라"고 개탄했다.

    이 발언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회의에서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SOC 예산 관련 논란에는 특정 지역을 홀대하거나 차별했다는 게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이러한 지역홀대론을 확대하는 일부 언론이 있는데, 미국에선 처벌을 받는다"고 경고했던 것을 가리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대표는 "졸지에 호남 발전의 열망이 적폐로 매도되고, 호남예산 홀대를 걱정하는 언론인은 처벌 대상이 돼버렸다"며 "호남고속철 예산은 95%가 삭감됐는데, 이게 그럼 '호남홀대'가 아니면 '호남접대'인가"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금 호남 SOC 예산 삭감 잘했다고 자랑할 때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뭐라고 해도 국민의당은 호남 SOC 예산을 지키기 위해 광주시민·전남도민과 힘을 함께 모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