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유학생 시절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된 뒤 17년간 국군 정훈장교, 대학강사, 평통자문위원 등 합법 신분을 갖고 암약해 온 고정 간첩이 검거됐다.

    국가정보원과 수원지방검찰청 공안부는 29일 해외 유학 중 북한 대남공작원에게 포섭돼 17년간 각종 군사기밀 등을 북한에 넘겨주고 거액의 공작금을 받은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 편의제공·금품수수, 특수잠입·탈출 등)로 경기도 모 대학 강사 이모(37)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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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 이씨의 입북 경로 ⓒ 뉴데일리

    이씨는 1992년 인도 델리대학 재학 중 북한 ‘35호실’ 공작원 이진우에게 포섭된 뒤 93년과 95년 2차례 밀입북해 김일성에 대한 충성맹세를 쓰고 조선노동당에 가입했다. 또 97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중국 캄보디아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9차례에 걸쳐 군 작전교범, 군사시설 위치 등을 중간연락책 한철환 강현주 등을 통해 이진우에게 전달하고 공작금 5만600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안당국 설명에 따르면 이씨가 포섭된 ‘35호실’은 조선노동당 중앙위 소속 조사부가 확대개편된 조직으로 83년 아웅산 폭파사건, 87년 KAL 858기 폭파사건, 2006년 국적세탁 간첩 사건을 주도했다. ‘35호실’이라는 명칭은 김정일로부터 개칭 지시를 받은 3월 5일을 기념하기 위해 따온 이름이다.

    이씨는 2006~2007년 민주평통 자문위원 신분으로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안보정세설명회에 참석해 3급 비밀인 설명회 내용을 보이스레코더로 녹음했고 수원공군비행장 송탄미군비행장 해병대사령부 등 군부대와 국회의사당, 미국 대사관 등 국가 중요시설 GPS 좌표값 34개를 탐지해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했다. 또 2006년 국회 모 의원 사무실에서 국가기밀자료인 주외무관(駐外務官) 명단을 몰래 가지고 나와 보관하고 있었다. 앞서 2001년 육군 모 사단 정훈장교로 복무 중 지상작전(육군 최상위 야전교범), 미작전요무령(미 교리 100-5:미육군 최상위 전투수행교범) 등 군관련 자료 507종 5957쪽 분량도 북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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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 이씨가 받은 노동당 당원증 ⓒ 뉴데일리

    이씨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싱가포르에서 북한 지도원으로부터 황금색 노력훈장과 훈장증을 받았다. 또 지령을 받고 기밀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2002년부터 매년 한차례에 300~1만 달러의 공작금을 받았다. 이씨는 이 공작금으로 인도 대학 학부와 국내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공안 당국 수사결과 이씨는 경기도 모 대학 경찰경호행정과 강사, 민주평통 자문위원, 통일교육원 통일교육위원, 모 정당 지역당원협의회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사회단체에서 통일 강연을 했고 이진우의 지시로 정계진출까지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압수수색이 어려운 외국에 서버를 둔 이메일로 북 공작원과 통신하고 주요시설 GPS값을 USB, 노트북, 웹하드에 저장하는 등 최신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씨로부터 통신용 암호표 및 난수 해독책자, 북에 제공한 군사자료 및 녹음자료 출력물, 북한 원전 등 30종 160점을 압수해 공개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공안당국 관계자는 “이 사건은 북한 공작원이 타국에서 외롭게 공부하는 유학생에게 인간적으로 접근, 17년간 형·동생 관계를 유지한 채 거액의 공작금을 제공하며 군사기밀을 수집한 전형적인 장기 우회침투 간첩사건에다 조선노동당 공작급으로 학업을 계속한 장학생형 간첩사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