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파기, 수출 423억 달러 증발” 현명한 트럼프 참모들
  • ▲ 지난 2일(현지시간) 美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美대통령이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한미FTA 파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美WP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2일(현지시간) 美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美대통령이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한미FTA 파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美WP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美백악관 참모들에게 한미FTA 파기를 준비하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트럼프 美대통령은 트위터에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들은 한 가지만 안다”는 글을 올리며, 한국 정부의 대북전략을 비판했다.

    이 같은 전개에 한국 사회는 긴장했다. 한미FTA가 파기될 경우 닥칠 각계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7일 한국 사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美경제전문지가 “美백악관이 한미FTA 폐기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놨다”고 보도해서다.

    美경제전문지 ‘월드 트레이드 온라인’은 이날 “美백악관이 ‘한미FTA 파기’에 대해 지금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美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보고했다”면서 “소식통에 따르면 폴 라이언 美하원의장을 비롯한 美의회 주요 인사들의 의회 사무실에서 관련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월드 트레이드 온라인’ 등 美경제전문지들은 “美백악관이 현재 상황에서 한미FTA 파기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말일뿐 나중에 다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한미FTA를 파기한다는 고집을 꺾은 것은 그가 가장 신뢰하는 참모들의 진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美주요 언론들과 美의회는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실시한 현 상황에서 한미FTA를 파기하는 것은 한미군사동맹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한미FTA 파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美‘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내부 회의 당시 H.R. 맥마스터 美NSC 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 개리 콘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트럼프 美대통령의 ‘한미FTA 파기’ 지시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특히 美‘워싱턴 포스트’는 美무역대표부(USTR)의 통계 등을 인용해가며 한미FTA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 美워싱턴 포스트는 '한미FTA 파기 지시' 보도가 나온 뒤부터 한미FTA가 어떻게 양국 간에 호혜적인 협정인지 설명하며 강한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美WP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워싱턴 포스트는 '한미FTA 파기 지시' 보도가 나온 뒤부터 한미FTA가 어떻게 양국 간에 호혜적인 협정인지 설명하며 강한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美WP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은 미국의 6번째 교역국으로 2016년 기준으로 한미 간의 무역액은 1,122억 달러에 달한다”며 “美기업의 한국 수출액은 423억 달러, 韓기업의 미국 수출액은 699억 달러로 277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면서도 “그러나 미국기업의 한국수출은 2011년 한미FTA를 체결한 뒤 2016년까지 30% 가까이 증가했고, 한국기업의 미국 내 자본투자는 2배 증가했다”는 英‘이코노미스트’의 보도를 인용해 한미FTA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美‘워싱턴 포스트’는 “한미FTA는 미국 기업들에게 큰 이익을 줬다”면서 “한 예로 쇠고기의 한국 수출은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152% 증가했고, 美서비스 기업의 진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美‘워싱턴 포스트’는 美‘비즈니스 인사이더’를 인용해 “여기에 더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는 23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한미FTA를 체결하기 전 30년 동안에 미국에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다”고 덧붙였다.

    美‘워싱턴 포스트’뿐만 아니라 트럼프 美대통령의 측근이자 한미FTA 협정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美USTR 대표 또한 지난 7월 “한미FTA를 파기하자”는 트럼프 美대통령의 주장에 반대했다고 한다.

    美‘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美USTR 대표는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입는 적자가 한미FTA 이후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늘기는 했지만 이는 前정부들의 잘못된 무역 정책 탓”이라며 “우리(트럼프 정부)는 그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H.R 맥마스터 美백악관 NSC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 개리 콘 美국가경제자문위원장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그들을 최선봉에서 막아야 하는 한국과의 동맹을 흔드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트럼프 美대통령의 한미FTA 파기 주장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 같은 전문적인 능력과 넓은 시야를 가진 참모들의 진언 때문이었을까. 트럼프 美대통령이 ‘한미FTA 파기 지시’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짐은 지난 5일(현지시간)에 나왔다.

    英‘로이터 통신’이 “한미FTA의 개정을 한국과 협상하고자 한다”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美USTR 대표의 이야기를 보도한 것이다.

    당시 멕시코를 찾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에 대한 2차 협상을 마무리 지은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美USTR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FTA가 정말 파기되느냐”는 질문에 “지금 한국과 하고 있는 협상이 있다”며 “미국의 관점에서 보는 한미FTA의 문제가 잘 풀리기를 바란다”면서 한미FTA의 파기가 아닌 개정을 언급했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한미FTA 파기’라는 대선 공약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美언론들의 보도다. 하지만 북한 문제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 연기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트럼프 美대통령의 주변에 있는 똑똑한 참모들과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美언론에게 이번 일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