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마다 발생한 공영방송 물갈이…체포영장은 사상 초유
  •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 기념식에 김장겸 MBC사장이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 기념식에 김장겸 MBC사장이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현직 방송사 사장 체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자유한국당은 극렬히 반발하며 강경 대여(對與)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1일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한 '방송의날' 행사에 참석 중이던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MBC 경영진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한 것과 관련,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의 소환에 5차례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탄압"이라고 강하히 반발하며 정기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민노총 언론노조를 전위대로 내세워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으로 장악해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라며 "김장겸 MBC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하길래 김장겸 사장이 MBC를 경영하며 수십억을 횡령했거나 무슨 개인비리가 있는 줄 알았다"고 황당해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번 사태를 방치하면 정기 국회 내내 문화대혁명 홍위병들에 끌려다니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성토하며 "이것은 국가적 문제이므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미방위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MBC노조 측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으나 해당사항이 없다고 거부당했다"고 지적하며 "정권이 바뀐 뒤 동일한 사안으로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졌다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공영방송 사장단 사퇴 압박과 고용노동부의 갑작스러운 특별근로감독,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 사이의 개연성을 의심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4일부터 해당 사안과 관련이 있는 고용노동부, 방통위, 청와대 등을 상대로 항의를 벌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물갈이 인사'는 계속 있어왔다.

    서동구, 정연주 전 KBS 사장들은 노무현 정부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됐다 각각 자진사퇴-해임 등을 통해 교체됐고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개입 논란이 불거져 해임당했다.

    MBC의 경우 엄기영 전 사장이 지난 2008년 광우병 보도가 발단이 되어 자진 사퇴했고 이후 김재철 전 사장은 2012년 노조 파업으로 인해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임기 중 현직 공영방송사 사장 체포'는 사상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언론노조의 요구를 현 정부가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 기념식에 김장겸 MBC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김장겸 사퇴"를 외치며 MBC 경영진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몰려드는 조합원들과 취재기자, 이를 제지하는 경호원들이 뒤엉켜 넘어지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방송 관계자들이 모두 행사장에 입장하고 난 한참 뒤까지도 조합원들은 '공영방송 사장단 사퇴'를 외쳤고 곧이어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이어지자 김장겸 MBC 사장은 건물 내 별도 통로로 빠져나가 모습을 감췄다.

    비슷한 시각, 63빌딩 정문 앞에서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문화제 - 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 일곱 번째 불금파티'에서는 이번 총파업의 정당성 설명과 함께 사라진 김장겸 MBC 사장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출퇴근도 개구멍으로 하더니,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쏜살같이 도망나가는 모습을 봤느냐"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부역자'를 청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논평을 통해 "김장겸 사장이 이틀째 행방불명인데 책임지고 해명해야 할 사람이 도피해버린 무책임한 행동이나 비겁한 행동"이라며 한 술 더 뜨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 관계자들은 이례적인 공영방송사 사장 체포영장에 "언론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김장겸 MBC사장이 자취를 감추자 난감해 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3일 "김장겸 MBC 사장은 이제 취임한 지 갓 6개월이어서 사실상 노사경영에 간여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공영방송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언론노조 주장의 부당함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김장겸 사장이 부당한 처사에 당당하게 맞서지 않고 갑자기 종적을 감추면서 오히려 언론노조 측에 공격할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며 답답함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