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단체 선동 방관하던 경찰, 돌연 '돈키호테'식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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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해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로 시작된 태극기 집회 참가자 일부가 '내란 선동'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뉴데일리DB
    ▲ 지난해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로 시작된 태극기 집회 참가자 일부가 '내란 선동'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뉴데일리DB

     

    지난해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내란 선동' 혐의로 수사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군(軍) 내부 인권문제를 고발하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지난 1월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한성주 공군 예비역 소장,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송만기 양평군의회 의원, 윤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장 등 5명을 내란 선동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지난 12월 31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태극기 집회에서 이들이 '계엄령을 선포하라', '군대여 일어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유인물을 배포하며 군부 쿠데타를 촉구했다"며 고발 배경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후 3월 관련 수사를 경찰에 지시, 곧 피고발인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선동죄'는 국가 전복을 꾀하며 물리적 폭력 행사를 선동하는 죄목으로 최소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형이다. 가장 최근에는 2015년 1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선동 혐의 유죄를 선고 받고 징역 9년형에 처해져 복역 중이다.

    당시 이석기 전 의원은 지하 혁명조직(RO)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시 국가 주요 시설을 타격하라"는 등의 내란을 모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민중총궐기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도 당시 내란선동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으나, 한 위원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는 데 그치기도 했다.

    이처럼 내란선동죄 논란이 일어왔던 사건들의 성격으로 미뤄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의 부당함을 주장한 태극기 집회가 과연 '국가 전복'의 성격을 띠고 있는가를 두고 야권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과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28일 논평을 내고 "촛불은 혁명이고 태극기는 내란이냐"고 반문했다. 한국당은 "검찰과 경찰이 촛불과 태극기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집회 참석자 일부가 울분으로 인해 다소 과격한 구호를 외친 것을 국가 전복 의도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월에 고발해 3월에 접수된 사건을 이제서야 수사를 시작하는 시기적인 부분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경찰이 현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류여해 한국당 최고위원은 "1월 고발 건에 대해 반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란선동죄로 조사하는 것이 어떤 의미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건 조사의 부적절함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 집회와 어긋나는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2014년 이석기 판결문에도 내란선동죄는 행위자의 구체적 실행 계획과 실질적 위험성, 실현 가능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지난 6월 주한 미국 대사관을 포위해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등 북한식 구호를 외쳤던 단체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다른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촛불 집회에서는 '이석기를 석방하고 청와대로 가서 박근혜를 끌어내리자' 등의 마녀사냥식 구호가 난무했는데 이것은 왜 내란죄가 아니고 정의로운 혁명이었느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사드 반대 집회에서는 여전히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가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 한다면 이들 역시 모두 내란선동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선 내에서 외친 구호에 어떻게 실질적 내란죄를 적용할 수가 있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양일국 한국외대 외래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겨울 탄핵정국에서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는 크게 볼 때는 양쪽 다 평화시위였다"고 전제하면서 "격정적인 시위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구호를 갖고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한다면 수시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나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외친 좌파진영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양일국 교수는 "지난 1월에 고발한 것을 굳이 지금 시점에 조사하는 것은 사법당국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는 정부에게 점수를 따려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화염병까지 나왔던 민중총궐기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라"고 반문했다. 이어 "내란 선동이란 것은 조직적, 체계적으로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국가 혼란을 초래하는 것을 일컫는데 태극기 집회에 그 항목을 씌우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박주희 실장은 "1월 고발 사건을 이제서야 수사한다니, 경찰 수사권 등 조직의 현안과 맞물려 정권의 눈 밖에 벗어나지 않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