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근거지 경남 토크콘서트에서 "탄핵당한 것은 자기 잘못""돌아보니 부끄러워도~♬" 노래도 인용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경남 마산역 광장에서 대중가요 〈인생〉을 열창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의지를 재차 시사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역에서 토크콘서트를 갖고 있는 홍준표 대표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경남 마산역 광장에서 대중가요 〈인생〉을 열창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의지를 재차 시사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역에서 토크콘서트를 갖고 있는 홍준표 대표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중들 앞에서 가요까지 열창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고 구(舊)체제와 단절할 뜻을 재차 시사했다.

    당내에서도 구 체제와의 단절 속도를 더 빠르게 하라는 채근이 나오는 등 공개적인 호응이 뒤따르고 있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가 금명간 공론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당 내 친박 그룹들은 여러 정황이 불리해지면서 숨을 죽이고 있어, 이를 저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6일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경남에서 '도민과 함께 하는 브라보 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24~25일 진행된 국회의원 연찬회 이후 당대표로서 첫 공개적인 외부 행보다.

    마산역 광장에서 열린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홍준표 대표는 지역사회 일각의 박근혜 전 대통령 동정 여론을 "같이 물에 빠져 죽는다"며 일축했다.

    '죄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빨리 석방시켜달라'는 한 도민의 질문에 홍준표 대표는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를 했기에 탄핵을 당하고 감옥까지 갔는가"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본인 잘못"이라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같이 물에 빠져 죽을 것인가, 우리라도 살아남아 나라를 재건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민심이 움직이면 (탄핵을) 바로잡을 수도 있겠지만, 민심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의원 연찬회에서 민감한 문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아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당대표로서 출당과 구 체제 단절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홍준표 대표는 보수정당이 분립해 있는 상황의 책임소재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돌려 눈길을 끌었다.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여론이 제기된 즈음에 국회에 찾아와서, 우리 당 의원들에게 한 마디 호소했더라면 당이 갈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바른정당 분당의 책임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물었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연찬회에서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해 한국의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순리"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토크콘서트 말미에 홍준표 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열창한 김성환의 〈인생〉도 선곡(選曲)의 의미가 심오했다는 분석이다.

    〈인생〉에는 "스쳐간 세월 아쉬워한들 돌릴 수 없으니 남은 세월이나 잘해봐야지, 돌아본 인생 부끄러운들 지울 수 없으니 나머지 인생 잘해봐야지"라는 소절이 나온다.

    탄핵 정국을 아쉬워하고 부끄러워한들 어쩔 도리가 없으니, 이제는 구 체제와 과감하게 단절하고 앞으로 잘해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선곡이라는 지적이다. 노래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추진을 암시한 것이다.

    당내에서도 이러한 구 체제 단절 움직임에 호응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비박계 중진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연찬회는 좌회전하는 문재인정부 견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었지만, 당의 혁신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아쉬웠다"며 "결기와 감동이 없었던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구 체제와의 단절이 필요하다"며 "당내의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이제는 국민의 시각에서 속도감 있게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예상과 달리 의원 연찬회에서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의 '정치적 침묵'은 다소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 이후로 대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꺼놓는 등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