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핵심 요직 법무실장도 우리법연구회 출신 발탁
  •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뉴시스
    ▲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뉴시스

     

    청와대 인사(人事)를 둘러싼 갈등이 또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어 '우리법연구회'를 이끌어온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정치편향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사법파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우리법연구회는 소위 말하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시환 대법관 등을 배출해 유명세를 탔다.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으며 2010년 해체됐다.

    김명수 후보자는 이 모임의 회장을 맡았었고 그 후신 격으로 2011년 출범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김명수 후보자는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이던 2015년 11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1년 서울고법 민사부 부장판사 시절에는 오송회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로 15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삼성 에버랜드가 노조 활동을 위해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해고한 사건에 대해선 해고 무효 판결을 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지난해 2월 춘천지법원장이 된 초임 법원장이다. 대법관 경력이 없는 판사가 대법원장에 지명된 건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 군사정부 시절의 3·4대 조진만 대법원장(1961∼1968년)에 이어 세 번째이자, 56년 만의 일이다.

    대법원장은 3,000명의 판사 인사권과 대법관 전원을 지명할 권한을 갖는다. 개별 사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대법원의 방향성을 미리 정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 성향의 김명수 후보자 지명은 의미가 작지 않다.

    야당은 즉각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은 사법부의 정치화·코드화·이념화를 의미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무너진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어 "청와대는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도 쓴소리를 토해냈다. "사법부 개혁을 위한 것인지, 장악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앞세운 것은 개혁이지만 사법부에 코드가 맞는 인사를 채워넣어 장악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의당은 "대법원장은 사법권 독립을 통해 국민의 권리를 수호할 능력과 자질이 매우 중요한 자리인데, 과연 (후보자가) 올바른 인식과 의지가 있는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세밀하게 검증하겠다"고 했다.

     

  • 이용구 신임 법무부 법무실장. ⓒ법무부
    ▲ 이용구 신임 법무부 법무실장. ⓒ법무부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 내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실장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이용구(53·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가 발탁되기도 했다.

    법무부에 법무실이 설치된 1967년 이후 법무실장에 비(非)검사 출신이 임명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 측은 '탈(脫)검찰화' 기조에 따른 외부 전문가 수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적 코드가 맞아떨어지는 민변·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잇따른 중용을 공정한 인사로 평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노무현 정권의 '독수리 5형제'에 이어, 현 정부가 법원과 검찰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진위 여부를 떠나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인사를 연이어 요직에 꽂는 것 자체가 '사법부와 검찰의 독립'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을 무색케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용구 신임 법무부 법무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했고,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결국 이번 인사 역시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용구 법무실장은 2013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별검사를 지낸 이광범 변호사가 세운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