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화성-14형’ 발사한 7월 28일 밤 행방불명…방탄조끼·미사일 내열재 개발자
  • 강화형 탄소섬유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탄두부에도 사용한다. ⓒ슬라이드 쉐어 닷컴 관련 자료 캡쳐.
    ▲ 강화형 탄소섬유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탄두부에도 사용한다. ⓒ슬라이드 쉐어 닷컴 관련 자료 캡쳐.


    지난 7월 말,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하던 과학자 일가족이 갑자기 사라진 일이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 14일 보도했다.

    사라진 과학자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돌입체나 북한군 방탄조끼 개발 등과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일했다고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 “김정은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벌였던 지난 7월 28일 밤, 평안남도 평성시에 있는 평성과학원 국방일용연구소의 재료분석실 실장이 가족과 함께 행방불명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강 씨 성을 가진 실장은 승진 문제로 상부에 항의했다가 초급 노동당 위원회로부터 무보수 노동 처벌을 받았고, 그의 아들은 김책공업대학에서 공부하다 ‘불법 영상물’ 사건에 연루된 상태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강 연구실장은 아들의 불법 영상물 사건이 정치적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매우 불안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책공업대학에서 일어난 불법 영상물 사건의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소식통은 “강 연구실장이 가족과 함께 사라진 사실은 7월 29일 아침에 즉각 알려졌으며, 사법기관들은 강 실장 가족들이 탈북을 하기 위해 국경 근처로 향할 수 있다고 보고 체포령을 내리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북한 사법기관들이 강 연구실장 가족이 사라진 것을 파악한 뒤 12시간이 지나기 전에 수사를 시작했지만, 열차 운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이 12시간 내에 국경까지 도착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8월 10일부터 국경을 오가는 열차와 자동차들에 대한 검문검색과 통제가 풀렸다”면서 “사법기관 간부로부터 ‘행방불명된 평성과학원 과학자와 그 가족들은 아직 체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직접 들었는데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사법기관들은 이제야 행방불명된 과학자와 가족들이 평성에서 가까운 바다를 통해 탈출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면서 “평성과 가까운 서해는 누군가 방조자가 없다면 탈출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행방불명된 강 실장은 평성연구원 국방일용연구소 피복연구실 재료분석실장으로 방탄조끼와 미사일의 외부 열이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특수 섬유 재질’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는 강 실장이 북한에서 ‘탄소 섬유’나 ‘케블라’ 또는 ‘아라미드’ 섬유와 같은 특수소재를 연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5월 18일 ‘중앙일보’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위장회사를 통해 제트엔진, 중력 측량기, 탄소섬유 등을 수입했다”면서 “탄수섬유는 미사일 제조에도 쓰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탄도미사일의 탄두부는 대기권 재진입 시의 마찰열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탄소섬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의 말처럼 강 실장과 그 가족들이 서해를 통해 탈북, 한국에 들어왔다면, 북한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돌입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