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당사국 한국서 아무 소리 없다면…미정계-여론, 큰 충격 받을 것"

  • 최근 북한은 괌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을 향해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그러자 일본은
    미국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괌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은 북한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성장관이 밝힌 것이다.

    이어 호주 수상 말콤 턴불이 동일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공격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미국을 돕겠다고 한 것이다.
    모두 미-일상호방위조약, 그리고 ANZUS동맹(미국-호주-뉴질랜드 3국 안전보장조약)에 입각해 나온 성명들이다. 
     
    그런데, 한국은 조용하다.
    외교부장관과 청와대 안보실장은 휴가를 계획했다가 안보실장만 휴가를 취소한게 전부다.

    물론 전작권이 한-미연합체제속에서 운용되는 현 체제에서 한미공동 대응은 거의 자동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따라 강력한 미국 지원 성명을 내는 것은 한국의 국익보호 차원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어차피 지금은 군사도 언론플레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어느 일방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일방이 참전하여 돕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본 조약은 유사시 다른 일방을 전쟁에 자동적으로 개입시킬 방안이 없다.
    유사시 미의회가 여론에 휘둘려 한국에 대한 군사지원을 안 하거나 지체시켜도, 혹은 아예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해도, 조약의 테두리 안에서 그것을 막을 장치는 없다.
    군사동맹의 효력은 조약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국민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일본과 호주가 신속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미국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는 마당에 분쟁당사국인 한국에서 아무 소리가 없다면, 미정계와 여론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제까지 새정부는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정부와는 다른 라인을 걸어왔고, 그 결과 미국 정부와 언론은 한국의 새정부가 진실로 미국의 우방인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 왔다.
    그들은 지금이 한국의 본색이 드러날 때라고 믿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미국민의 의식 속에 동맹국으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지원이 필요할 때가 순식간에 올 지 모른다. 
    그 때 미국민과 언론이 도울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 때 한국은 혼자가 될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나라도, 심지어는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도 다른 나라와의 동맹을 통해 생존을 모색한다.
    일본과 호주도 군사적으로 약소국이라 저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한국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핵 및 생화학무기 공격으로부터 대비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 정부이거늘, 무력충돌 가능성이 극도로 높은 현 시점에서 자국민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업무방기 행위에 해당한다. 
    국민들이 불안해 할 것이라든가, 거꾸로 그렇게 시급한 위협은 느끼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들이 존재하느냐  아니냐만 중요하다. 
    미군이 휴전선을 넘지 않고 전략무기로만 북한을 공격한다면, 중국은 상관하지 않겠다고 하는 얘기가 비공식적으로 중국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객관적인 조건은 존재할 뿐만이 아니고 아주 성숙해 있다.
     


  • 지 영해

    영국 옥스퍼드대학 동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