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시행 예고…‘전자비자’ 허용 18개국 가운데 북한·이란도 포함
  • 러시아 외무부가 북한, 이란을 비롯해 18개국 국민에게 '전자비자'를 적용하기로 한 블라디보스톡 공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공항 홈페이지 캡쳐.
    ▲ 러시아 외무부가 북한, 이란을 비롯해 18개국 국민에게 '전자비자'를 적용하기로 한 블라디보스톡 공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공항 홈페이지 캡쳐.


    미국을 필두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해외파견 근로자 고용을 거절하고 있는 데 러시아는 오히려 극동 지역에서 북한 근로자의 입국을 수월하게 해주는 조치를 취해 눈총을 사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5일 “러시아 외무부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18개 나라 국민들에 대한 전자 비자 발급을 8월부터 시작했는데 여기에 북한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전자 비자’ 발급은 오는 8일부터 시행되며, 이를 통해 손쉽게 러시아에 입국이 가능해져 사실상 ‘비자 면제’나 다름없다고 선전했다. 그런데 그 대상 18개국 안에는 일본, 인도와 같은 나라 외에 북한, 이란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지난 4월 해당 조치를 승인하며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북한 사람들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관광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북한 근로자들의 러시아 유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러시아 극동에 파견됐던 탈북자를 인용해 “러시아 정부의 전자비자 유효기간이 30일에 불과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기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일단 북한 근로자가 러시아에 입국하면 북한 정부가 개입해 기한을 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7월 4일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이후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의 연설, 지난 8월 2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서명한 ‘북한·이란·러시아 통합제재법안’ 내용 등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북한 사람들에게 ‘전자비자’를 발급해주는 조치를 취한 것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죄기 위해 근로자 해외 파견을 차단하려는 美정부의 노력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美블룸버그 통신, AP통신 등의 보도를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에 북한 근로자 고용을 중단하라고 압박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중국은 7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자국 내 북한 근로자 규모를 줄이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고, 중동 지역에 파견되는 북한 근로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美정부는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화성-14형’을 발사한 뒤 중국 정부로 압박의 방향을 틀고 있지만, 현실은 중국은 한 발을 빼고 그 자리를 러시아가 대신 채우는 꼴로 돌아가고 있다.

    美정부가 앞으로도 북한을 직접 압박하지 않고, 그 ‘후원세력’으로 보이는 중국·러시아를 압박하는 형태로 움직인다면, 미국은 결국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