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심경제' 용어 포함, 朴 전 대통령 탈당 내용은 제외
  •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2일 당의 혁신 방향과 철학을 담은 '자유한국당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크게 당의 현주소 진단과 혁신의 당위성, 혁신의 방향 등 세 부분으로 나뉘었으며 세부적인 내용은 향후 논의를 통해 알리겠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날 선언문에서 현재 당의 위기가 지난 보수정권 10년간 집권여당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역할을 망각하고 권력과 눈앞의 이득에만 몰두했다고 자책했다. 이로 인해 자유민주진영의 분열이 초래된 것과 제20대 총선 공천실패, 대통령 탄핵, 대선패배 등의 결과를 맞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혁신위는 한국당이 1948년 건국 이후 자유민주진영이 일궈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보수우파 세력을 통합하고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을 선진대국으로 이끌고 자유통일의 과업을 달성해야 함을 목표로 설정했다.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의 방향은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중심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등이다. 류석춘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라며 뚜렷한 역사관을 강조했다. 이어 "국민주권의 원리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라며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며 시민적 덕성의 함양을 통해 공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류 위원장은 당초 혁신위 내에서 대립한 사안으로 알려진 '서민경제'와 관련해선 "반칙을 배격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법치주의에 기초해 경제적 자유를 추구한다"라며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도 꿈을 이룰 수 있는 국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서민중심경제'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내외적인 개방을 통해 우리나라를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북한의 개방과 자유화를 통한 통일의 실현 역시 (우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라고 했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한국당의 신보수주의는 미국의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와 다른 개념"이라며 "미국은 강한안보와 강경한 외교, 법인세 인하, 복지 축소 등을 통한 작은 정부지만 우리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서민경제 활성화를 포함한 것"이라고 용어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개혁 사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혁신·통합·수권(授權)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을 계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며 "오늘 발표한 혁신안은 당의 가치와 철학을 설명하는 내용인 만큼 세부사항은 향후 논의를 한 뒤 알리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내부 논의가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진 혁신안에 알맹이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기대감을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신보수주의'라는 애매모호한 부분만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정의내리지 못했고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현안 정책이나 당내 개혁 방향도 빠졌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선언문 작성에는 신경쓴 것 같지만 자유·보수 진영의 통합을 이끌어 낼 아젠다는 보이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나왔다.
    혁신안에는 최근 용어선택으로 논란이던 '서민경제' 내용이 포함됐다. 혁신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 내용은 혁신안에 담지 않으면서도 "향후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언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동열 혁신위원은 혁신 선언문에 '서민중심경제'에서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부분을 두고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에 따르면 유 의원은 "평생 지켜온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가 존중되지 않았다"라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