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연극사에 큰 족적을 남긴 원로 연극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늘푸른연극제'가 오늘(28일) 개막한다.

    지난해 '원로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던 연극축제는 올해 이름을 바꿔 '늘푸른연극제'로 28일부터 8월 2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작가와 연출가에 더해 올해는 배우까지 평생 연극 한길만 고집한 4명의 원로 연극인으로 대상의 폭을 넓혔다. 작가 노경식, 연출가 김도훈, 배우 오현경·이호재 등 평균연령 78.75세의 그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

    먼저 화술의 대가 오현경이 출연하는 연극 '봄날'(이강백 작, 이성열 연출)이 개막작으로 28일부터 8월 6일까지 공연한다. 1984년 초연 때부터 그가 아버지 역으로 섰던 작품으로, 2009년 다시 무대에 올려 대한민국연극대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반역을 꾀하는 아들들의 열정과 후회로서 참회하는 아버지의 그리움이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무대 위의 여백과 조용히 이를 관조(觀照)하는 시선이 느껴지는 동양적 세계관이 펼쳐지는 공연이다. 

    이어 김도훈 연출의 '유리동물원'(테네시 윌리엄즈 작)이 8월 4~1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연출가 김도훈은 1976년 극단뿌리 창단 이후 40년 동안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대표작 '유리동물원'은 남루한 집을 배경으로 한 가족이 붕괴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그린다. 시적 분위기가 충만한 사실주의극으로, 이번 공연에는 국회의원을 지낸 최종원이 주인공 톰으로 출연한다.

    세 번째 작품은 노경식 작가가 극을 쓴 '반민특위'(김성노 연출)로, 8월 11~2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철새'로 등단한 노경식은 지난해 '두 영웅'까지 약 40여편의 희곡을 발표해왔다.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 일본에 협조했던 친일부역자를 처벌하기 위해 설치했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부패권력에 의해 해체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번 무대에는 그의 아들인 배우 노석채가 출연해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배우 이호재 출연하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 최용훈 연출)가 연극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연극계에 소문난 애주가 그는 1964년 '마의태자'를 시작으로 그동안 약 2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8월 17~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극작가 이만희가 이호재를 위해 쓴 헌정작이다. 내용은 50년 만에 만난 동창이 첫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고백하는 동창생들의 이야기다.

    한국연극협회가 주최·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제2회 늘푸른연극제'의 전 공연 관람권은 인터파크와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전석 3만원.

  • [사진=한국연극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