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폐업자 속출, 정부는 왜 노동자 입장만 대변하나" 불만 폭발


  • 28일 오전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세종시에 위치한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사진=연합뉴스.
    ▲ 28일 오전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세종시에 위치한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사진=연합뉴스.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관련해 소상공인들이 분노를 쏟아내며 공식적인 항의에 나섰다.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세종시 정부청사에 위치한 고용노동부를 찾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연합회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소상공인들이 연합회를 찾아와 항의할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분노가 크고 내년부터 골목상권 줄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으며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관철시키는 통로가 됐다"고 성토했다.

    연합회는 이의제기 배경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정성 및 중립성 훼손 △최저임금 결정기준이 돼버린 정부 공약 △소상공인이 직면한 경영난을 무시한 최저임금 결정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정부지원 대책의 허점 등 4가지 근거를 들었다.

    먼저 이들은 "최저임금위 내 연합회 소속 위원이 단 2명으로 업계 대표성을 반영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안 결정 이전에 제시된 10차 회의, 사용자 측(6,670원)-근로자 측(9,570원) 구도에서 갑자기 사용자 측(7,300원)-근로자 측(7,530원) 비율로 변경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춘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최저임금법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들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노동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연합회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68.2%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10인 미만)에 근무하는데, 이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이 인상할 시 오히려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적인 비용을 부담해야할 고용주 뿐 아니라 근로자들 역시 대량 폐업사태로 인해 실업 등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최근 정부 일자리 정책과 최저임금관련 설문에서 소상공인들의 83.2%는 "악화된 경영환경에서 종업원 감원이나 폐업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인 개인사업자 폐업자 수는 지난해(73만9,420명) 대비 10만182명(13.5%) 늘어난 83만9,602명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대비 올해 5월 기준 도소매 영세자영업자는 1만9,000명가량 감소했다. 금감원 조사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들의 전체 부채 규모는 520조∼65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실 앞에 정부는 3조원 수준의 직접 지원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연합회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연합회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를 313만명으로 추정, '2018년 소상공인업종 최저임금 추가부담금'을 10조 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정부 지원금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최저생계비>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인상안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소득이 현저히 낮은 최극빈층의 경우 국가가 사회복지망으로 도와야하는 것 아니냐, 왜 민간 임금을 강제해서 서민·중산층을 도산시키느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가운데)이 지난 4월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소·벤처·소상공인 3,000인의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서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가운데)이 지난 4월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소·벤처·소상공인 3,000인의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서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근로자보다 못한 수익을 내는 소상공인이 증가하고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결국 취약근로자들의 고용불안-정상사업자의 퇴출로 이어져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임금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상공인인데도 우리가 이런 현실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하면 마치 임금을 착취하는 못된 자본가나 반정부 세력처럼 몰아세운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최소한 현실에 맞춰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전 계층의 입장을 다양하게 고려해 정책이 시행돼야 하는데 이번 결정은 너무 노동자쪽에만 맞춰졌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12일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해 한국 자영업자총연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 18개 단체 소속 2,000여명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저지에 나섰다.

    특히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일부 소상공인들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분노를 터뜨리는 상황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연대보증제 폐지 ▲중소벤처기업 고용문제 해결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 등을 중심으로 한 공약으로 영세상공업자들과 중소기업인들의 큰 지지를 받았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소상공인들이 지금 (정부에) 모두 돌아섰다"며 "연합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최저임금 인상안 저지에 합의를 봤다"고 전했다.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바 있는 박창숙 소상공인연합회 전 부회장은 12일 최저임금인상저지 결의문에서 "우리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줄 수 있는 똑똑한 국회의원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가장 많이 들고 있다"며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하는 정치권은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각성해야 될 것"이라며 정부를 향한 회의적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역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연합회장은 지난달 최저임금 인상안과 관련해 "소상공인 문제는 대기업과 차등화된 정책지원이 필요하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20일 고시됐다. 노사단체 등은 고시일로부터 10일 안에 이의를 제기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연합회는 재심의 신청절차를 밟고 있지만, 지금까지 고용부장관이 이의를 받아들여 재심의에 들어간 사례가 없는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이 재조정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국적인 대규모 항의시위를 검토 중이다. 이의신청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최저임금인상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검토와 더불어 대응수위를 조절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