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배심원단 아니다"…신고리 원전 운명 결정권자 ‘오리무중’
  • 공론화위원회 대변인 이윤석 서울시립대 교수가 27일 정부서울청사 9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공론화위원회 대변인 이윤석 서울시립대 교수가 27일 정부서울청사 9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원전 공론화위)가 27일 “신고리 원전 중단 여부를 가리는 결정은 시민 배심원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원전 공론화위의 여론조사 결과나 시민 배심원단의 공론이 정부 원전정책을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원전 공론화위가 원전 정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던 당초 정부의 발표와 달리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어서 향후 신고리 원전의 운명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은 27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향후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잘못된 표현을 쓰지 않고 다른 용어를 찾아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은 “공론 조사는 시민 배심원단이 의견을 내는 것과는 100%로 다른 기법”이라면서 “사회적 갈등관리 기법의 시각에서 봤을 때 시민 배심원제는 판결적 성향이 강하고, 공론 조사는 참여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은 "1차 조사를 하고, 그 중에서 표본을 추출해 2차 조사를 하고, 숙의과정을 거쳐 다시 3차 조사를 진행해 각각의 조사 결과에 변화가 있는 지 관찰할 계획"이라면서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 정부에 권고하면 대통령 등 정책 결정권자가 최종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은 “원전 공론화 위원회가 활동 가운데 핵심을 두는 부분은 (시민들의) 찬반 의견이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느냐에 있다”면서 “원전 공론화 위원회가 (공론 조사를) 설계하고 (정부에) 권고,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차원에서 정부에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의 27일 브리핑 내용은 지난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론 조사에서 (신고리 원전 사업) 가부 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여져야 하며 앞으로도 사회적 갈등 해결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는 원전 공론화위의 활동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에 국한하며, 3개월 뒤인 10월 21일 이전에 결론이 도출되도록 공론화위를 가동해, 도출된 결과를(정부가)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혀 27일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의 설명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원전 공론화 위원회와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서로에게 결정권을 떠넘기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원전 관련 공론화를 위한 사전 조사 격인 1차 여론조사는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한 확률추출법에 따라 2만 명을 표본으로 선정한 뒤 8월 중에 진행하기로 했다. 설문 항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원전 공론화위의 활동을 통해 최종적으로 공론조사에 참여할 사람 350여 명을 추려낼 것이라고 한다. 원전 공론화위는 이들 '시민 배심원단'의 활동을 바탕으로 숙의 과정을 거친 뒤 9월 말 또는 10월 중순까지 최종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론조사는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혼합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조사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회의에서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