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 "법에서 확정적 시행 명시하고 있는 공사를 아무런 근거 없이 중단"
  •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탈(脫)원전' 정책의 첫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은 19일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이사회 의결에 대해 법원에 무효확인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공사중단을 결의한 이사회 결정이 관련 법령을 위반해 무효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판결이 날 때까지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중지해 공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소송대리는 보수 법조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맡았다. 소송대리인으로는 한변 소속인 권성 전 헌법재판관,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천기흥, 하창우 전 대한변협회장 등이 나설 예정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변은 이날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원자력 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38개월 간의 심의를 거쳤고, 공사비 1조 6,000억원이 집행돼 29.5%의 공정률에 이르렀다"며 "그런데 한수원이 경주시내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발족한 시점부터 3개월 간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는데 이는 중대한 법령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변은 "2008년 8월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근거법령 에너지기본법)과 같은해 12월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근거법령 전기사업법)에 따라 이번 공사 계획이 수립됐다"고 했다.

    또한 2014년 1월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됀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도 원전비중의 급격한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29%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의했고, 2015년 7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이번 공사 계획이 명시돼 있다고 했다.

    법에서 확정적으로 시행을 명시하고 있는 공사를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중단, 중대한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변은 "공사중단 여부가 지역주민, 공사업자, 노조원, 나아가 일반 국민의 비상한 관심사인데도 이사회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3개월의 한시적인 조치라고 하지만 원자력이 한수원의 보유 발전설비 중 80.8%를 원자력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중단은 사업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배신적이고 자해(自害)적인 조치이며 이는 한수원의 정관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한변 대표는 "한수원이 공사 중단으로 손해를 보면 모회사인 한전 주주에게도 그 영향이 이어진다"며 "당장 공사중단으로 막대한 손해를 본 시공업체들이 원고로 나서야 하지만 이들이 한수원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 고심 끝에 원고를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소송은 원전 공사중단과 관련해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진 법적 대응으로, 한변이 이번 소송을 낸 이유는 공사중단 결정이 에너지 수급계획 뿐 아니라 한전이 영국과 진행중인 21조 규모의 원전 매각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수원 이사회는 지난 14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 내 공사의 완전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에너지정책은 소수의 비전문가에 의한 공론화가 아니라 전문가에 의해 조목조목 관련 사안을 검토해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 결정해야 하는 국가 중요 결정 사안"이라며 반발했다.

    국내 에너지 학자들도 "전문가들이 해도 굉장히 오랫동안 해야될 일을 비전문가가 3개월의 시간을 두고 결정한다는 것은 병원에서 환자의 수술을 결정하는데 의사가 하지 않고 일반인에게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으며 이사회의 결정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