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직접지원 재검토 고심…고용시장 '시계제로'

최저임금 7,530원… 국민의 약이 될까?

물가상승 불가피, 꼼수 예고 "오히려 고용률 감소할 것"

박진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7.17 13: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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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등 객관적인 지표와 무관하게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되면 국내 고용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8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530원으로 결정했다. 2001년(16.8%)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시급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3,770원(주당 40시간·월 209시간)으로 올해보다 22만 1,540원 오른다.

문제는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과 정부의 직접적 자금지원이 오히려 고용시장에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1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과반에 가까운 고용이 5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 이뤄지는 반면 우리는 60% 가까이가 29인 이하의 자영업 수준의 영세 작업장에 고용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하고 달리 영세 자영업자의 고용비중이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고용률 감소)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미국, 독일과 비춰봤을 때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명확하기 때문에 단순히 해외 사례를 같은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동물실험을 할 때 쥐를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사람과 유전자(DNA)가 90% 가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공통분모가 많을수록 추론과 논증에 신뢰성이 생긴다.

이병태 교수는 고용률 감소와 관련해 “영세한 자영업자들 중에는 정부의 지원책만으로는 인건비 부담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폐업을 결정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임금이 증가하면 노동에 대한 공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노동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어 공급이 더 많은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 즉 노동자를 고용할 사용자가 줄어들어 일자리가 축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병태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이런 예측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주립대 ‘시애틀 최저임금 조사’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애틀시에서 지난해 시간당 11달러에서 13달러로 최저임금을 인상시켰다. 그 결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9% 줄어들었다. 노동자의 월 급여는 평균 125달러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다른 언론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40년간 영업했던 식당 '안젤리카 키친'은 4월 폐업했다. 25년간 영업했던 중식당 '차이나 펀'도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이 식당들이 문 닫는 이유 중 하나는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분석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식당들이 음식 값을 올리며 버티다가 결국 폐업까지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뉴욕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8.75달러에서 11달러로 26% 올랐다. 올해 말에는 13달러까지 오를 예정이다.  

명지대 최창규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최창규 교수는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에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면서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고용을 줄이거나 상품 가격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빚을 내서 소상공인 최저임금 지원책을 마련하게 되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므로 물가상승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의도연구원 이종인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최저생계비 등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협상에 정치가 끼어들었고 학술적인 검토가 없는 탓에 여러 부작용(법 악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부작용 중에는 최저시급 이상을 줄 수 있는 영업장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임금을 낮추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영업장이 근로자에게 시간당 7,540원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정부의 지원(581원)을 받기 위해 10원을 낮추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4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자금을 놓고 각종 꼼수가 난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지원대책 발표와 관련 “무리한 포퓰리즘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커지자 당국은 다시 한번 고심하는 분위기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정부의) 이번 (직접 지원) 대책으로 부작용이 심해지면 다시 재검토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최저임금을 다시 하향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영세업자들의 불안만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명지대 강규형 교수는 “후유증을 생각하지 않고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펴게 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들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치권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 일련의 정책이 무대책 포퓰리즘 정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과거 남미, 그리스식 좌파 포퓰리즘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최저임금 인상분 차액을 재정으로 지원한다는데 과도하게 올리고 심각한 후폭풍이 우려되니 급기야 국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이라며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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