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숭의초 감사결과 발표 "학교 측, 폭력사건..은폐·축소 확인"
  • 재벌총수 손자와 연예인(윤손하) 아들이 연루된 학교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서울 숭의초등학교가 해당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숭의초등학교를 당대로 지난달 21일부터 8일간 특별감사를 벌인 서울시교육청은 12일 "학교 측에서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부적절하게 처리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폭행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 뒤 모 재벌그룹 회장의 손자 A군을 가해 학생 중 한 명으로 지목했으나,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A군의 이름을 '가해 학생 리스트'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담임교사와 생활지도부장에게 확인한 결과, 사건 초기 같은 반 학생들이 작성·제출한 진술서 중 3분의 1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나, 추가적인 진상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사건 발생 나흘 뒤인 4월 24일, 담임교사는 "당시 같은 방에 묵었던 학생 9명으로부터 '목격자 진술' 등이 담긴 진술서 18장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정작 생활지도부장이 받아본 진술서는 12장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라진 6장 중 4장은 피해(구타) 사실에 대한 '목격담'을 써내려간 진술서였고, 나머지 2장은 가해 학생 일부가 피해 학생에게 강제로 '물비누'를 먹였다는 목격자 진술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담임교사는 평소에도 A군이 B군(피해 아동)을 괴롭혀왔던 사실을 알면서도 수련회에 두 사람을 같은 방에 배정, 결과적으로 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빌미를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 ▲동급생들이 B군을 이불 위에서 폭행하고 ▲바디워시를 강제로 먹인 사건 외에도 ▲또 다른 폭력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재벌회장의 손자 A군은 B군 외에도 다른 2명의 학생을 야구방망이로 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에 대해선 학교 법인 쪽에 '해임'을 요구하고, 담임교사에 대해선 '정직 처분'의 중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체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의 진술서 6장이 사라지고, 학교폭력 사건 조사 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에 대해 정식으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야구방망이 주인은 재벌총수 손자


    앞서 SBS 8시뉴스는 6월 16일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수련회에서 학생이 같은 반 학생 4명에게 발로 밟히고 야구방망이로 맞았으나, 학교 측은 피해자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폭행한 가해자들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면서 "피해 어린이 부모는 가해자로 지목된 어린이 중 재벌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포함된 사실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 학생인 B군은 두 달 전 수련회에서 혼자 담요를 갖고 놀다 친구들에게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4명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는데 한 명은 자신이 나오지 못하도록 담요를 붙잡았고, 다른 2명은 방망이로, 나머지 1명은 무릎 등으로 폭행을 했다는 게 B군의 진술 내용이었다. 또 이들 학생들은 B군이 밤에 물을 찾자 바나나우유 모양 용기에 담긴 '물비누'를 우유라고 속인 뒤 마시라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B군은 집단 폭행에 따른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과 근육세포가 파괴돼 녹아버리는 '횡문근 융해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해 아동들은 현재까지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학교 자체 진상 조사 결과,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집단 폭행이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

    보도에 의하면 가해 학생이 휘두른 야구방망이는 재벌회장의 손자 A군이 수련회에 가져갔던 플라스틱 야구 배트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