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영국 옥스포드대학과 유엔환경프로그램 (UNEP)이 발간한 '기후변화와 관광' 보고서에 의하면 2005년도 지구에 발생된 총 CO2 264억 톤 중에서 4.95% (13억700만톤)가 관광으로 인한 배출량이다. 주거/상업용 건물로부터 발생되는 총량이 7.9%, 농업전체가 13.5%인 것에 (IPCC, 2007) 비하면 관광으로 인한 발생량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관광을 떠나면서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죄책감에 빠져야 할까? 아마도 그러지 않아도 될 듯하다. 국제 관광은 지구차원의 빈곤완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진국의 약 1/3과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가에게 관광은 주된 외화획득 수단이다. 선진국이 제공하는 무상공여금(ODA) 보다 관광이 개발도상국에 실질적인 경제지원 효과가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할 정도이다. 잘 만하면 국가나 지역간 평화도 불러오는 관광이다. 그러니, 놀자고 온난화가스를 발생시키는 관광이지만 국제 사회가 비난만 하지는 못한다.

  • ▲ <span style=2005년 지구에서 발생된 총 이산화탄소 264억톤 중에서 4.95%가 관광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항공기와 관련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가장 많았다. 사진은 현존 세계 최대 여객기인 A-380. ⓒ 연합뉴스" title="▲ 2005년 지구에서 발생된 총 이산화탄소 264억톤 중에서 4.95%가 관광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항공기와 관련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가장 많았다. 사진은 현존 세계 최대 여객기인 A-380. ⓒ 연합뉴스">
    2005년 지구에서 발생된 총 이산화탄소 264억톤 중에서 4.95%가 관광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항공기와 관련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가장 많았다. 사진은 현존 세계 최대 여객기인 A-380. ⓒ 연합뉴스

    관광으로 인해 발생되는 총 CO2 중에서 75%는 이동수단인데 이중에서 40%는 항공기, 32%는 육상수단에서 배출된다. 놀랍게도 서울에서 파리까지 항공기로 가면 일인당 9톤의 CO2를 생산한다. 엄청난 양이다.

    숙박시설은 21%를 차지한다. 이중 반은 에어컨의 사용 때문에 발생된다. 실내 냉방 온도를 높이고 단열장치를 보완하면 현 에너지의 30% 절약이 가능한 것으로 전문가는 판단하니, 적절한 정책과 행동변화 만으로 13억700만 톤 중 6% 절감이 즉시적으로 가능하다. 콘도에서 에어콘을 엄청나게 틀었던 지난여름의 기억이 괴롭게 느껴져야 당연하다.

    2.7%에 불과한 장거리여행이 총 17%의 탄소를 배출하는 왜곡된 현상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장거리 여행을 금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장거리 여행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수익악화를 우려해 절대 반대하겠지만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일이라 보여진다. 일단 멀리 이동하면 가급적 장기체류하는 방식으로 관광객의 행동변화가 예상된다. 혹은 역으로 이제까지 외면받던 근거리 관광지의 부활도 조심스레 예상해 볼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을 끼고 있는 우리에겐 호재일까?

    동계스포츠의 경우 심각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이어져 2050년 2℃가 상승하면 북부 유럽의 표고 1200m 이하 지역에선 겨울철 적설(積雪)현상이 사라지고, 알프스 지역의 동계 스포츠기간은 40일이나 단축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스키리조트의 연쇄도산은 불 보듯 당연하다. 북부 캐나다에서는 다시 못 볼지 모를 녹아내리는 빙하(氷河) 보기 관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예상피해의 최소화와 기회의 극대화를 위해 경제적, 환경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광객은 속성상 돈, 지식 그리고 시간이라는 세 가지 주요 의사결정 인자에 대한 최대한의 적응능력을 갖고 있다. 싫어지면 안가면 된다. 관광 하드웨어 인프라를 직접 소유할 필요가 없는 대규모 여행업체들도 비교적 기후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그에 반해 관광시설과 지역사회는 적응력이 약하다. 태풍으로 피해 입은 제주도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여행업체는 규슈로 관광객을 돌리면 된다는 이야기다.

    국가적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광의 영향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응대안에 관한 과학적인 고찰과 인식공유가 필요하다. 관광산업이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적응체계의 구축을 미룰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관광산업의 피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 규모가 될 것이 분명하다. 피해가 발생하면 지역 내의 피해지역을 격리하는 즉시 대응적인 홍보마케팅 전략도 사전에 수립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피해가 경미한 주변지역이 공멸하지 않는다. 이젠 민방위훈련의 주된 내용이 기후변화 대응훈련이어야 할까?

    일반적으로 여성이 친환경적 구매행동을 주도한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아마 여성은 2세 생산과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기 때문이리라. 생태관광과 농촌관광의 경우에도 얼리어댑터 (초기 구매자)는 항상 여성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마케팅도 당연히 여성을 타깃으로 해야겠다.

    최근 스리랑카는 탄소중립 관광지(carbon neutral destination) 또는 탄소청정 지역사회(carbon clean community) 의 전략을 들고 나왔다. 귀여운 발상이다. 우리도 관광사업체와 대상지의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 절감노력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의 제공과 이를 위한 인증제도의 도입 등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녹색성장을 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나가지만 정작 국민의 피부에 직접 와 닫는 것은 기술이나 금융이 아니라 관광이다. 국민이 느껴야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관광이 변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