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간 사거리 갖춘 탄도미사일"표현, ICBM 보유 불용 의지
  •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은 7일 오후(한국시각) 3국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 이래 공동성명 형식의 입장 발표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은 7일 오후(한국시각) 3국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 이래 공동성명 형식의 입장 발표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시스 사진DB

    G20정상회의 첫날 한미일 3국 정상이 북한 문제가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북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보다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중국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달래기'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은 7일 오후(한국시각) 3국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에 열렸던 만찬회동에서 이뤄졌던 합의를 공동성명의 형식으로 내놓은 것이다.

    3국 정상회담의 합의물이 공동성명의 형식으로 발표됐다는 것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한미일 정상회담이 7차례 열렸는데 언론발표문 형식의 문서는 있었지만 공동성명이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미국이 제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례적인 3국정상 공동성명의 발표는 북핵 문제를 대하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미국이 보기에 '기대에 미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국을 향한 시위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3국 정상은 "한미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국가들에 대한 위협을 보여주는 북한의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한국·미국·일본은 결코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 4일 발사된 북한의 화성-14형을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로 지칭한 것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것을 ICBM으로 규정하지 않기로 일단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기로 했다"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물론 ICBM 보유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단언했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등 3국 정상은 "국제사회가 철저하게 모든 안보리결의를 이행할 것과 북한과의 경제 관계를 축소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과 국경을 접한 국가가 북한에게 즉각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을 설득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이는 명백히 중국의 '역할론'을 겨냥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동성명의 내용을 보면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라고 돼 있기 때문에 분명히 알 수 있지만, 굳이 특정 국가명을 거명하는 게 외교적으로 꼭 적절치는 않다는 판단"이라며 "중국의 입장을 감안해 그런 표현을 쓰기로 3국 간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미일 3국이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지칭하며 '역할론'을 당부한 것과 관련해 "압박이라기보다는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라며 "중국으로서도 이해할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고 '톤'을 낮췄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중정상회담에서 '역할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중국은 지금까지 충분하게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중국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발끈한 것을 고려한 '달래기'로 해석된다.

    대체로 3국 정상이 주어로 돼 있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자신을 주어로 해서 "미국이 보유한 모든 범주의 재래식 및 핵 역량을 활용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한다"고 천명했다.

    이른바 '안보공약'이 정상 간의 공동성명의 형식으로 재확인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3국정상 공동성명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로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는 단락은 대화를 강조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이와 같은 내용을 이번에 아베 총리도 한미일 3국정상 공동성명의 형식으로 동의하게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베를린 구상'을 실천에 옮길 '행동의 자유'와 일정 기간의 시간을 얻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번에 유례없이 단호한 형식의 대북 경고 메시지가 발표됐지만, 미국 역시 중국의 추가적인 '역할론'을 기대하며 일정 기간 동안은 관망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느니만큼, 스스로 표현한대로 '운전석'에 앉게 된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대북정책 '운전 실력'에 촉각이 쏠리게 됐다.

    이날 3국정상 공동성명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근혜정부로부터 인계받은 외교환경이 그 어느 때의 정권교체 시기보다 어려운 환경이 아니었나 싶다"며 "지난해 말 이후 많은 국민들이 우려했던 정상 외교의 공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