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반대 의견 과반 이상…워싱턴주립대 "최저시급 인상, 일자리·임금 동반하락"

  • "역사적인 15달러 최저임금 정책이 도입된지 3년이 지난 현재, 시애틀 경제는 번성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개척은 옳은 길이었습니다" 애드 머레이(Ed Murray) 시애틀 시장이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 ▲ 애드 머레이 시장의 트윗, 최저시급 인상 3년이 지난 2017년 현재, 시애틀의 경제가 번성하고 있다는 내용   ⓒ Twitter 캡처
    ▲ 애드 머레이 시장의 트윗, 최저시급 인상 3년이 지난 2017년 현재, 시애틀의 경제가 번성하고 있다는 내용 ⓒ Twitter 캡처

    그의 말대로 시애틀 경제는 성장했다. 워싱턴(Washington)州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시애틀의 일자리는 13% 증가했고, 실업률은 4%에서 2.6%로 떨어졌으며, 근로자 평균 시급도 36달러에서 43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시애틀의 최저시급 인상 정책에 대한 의견은 처음 시작 때와는 달라지고 있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점차 확산되고 있어서다. 워싱턴 州정부는 시애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와 노동시간이 감소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 ▲ 시애틀의 인금인상 정책, 사업장 크기와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기준 일이 다르다    ⓒ seattle.gov
    ▲ 시애틀의 인금인상 정책, 사업장 크기와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기준 일이 다르다 ⓒ seattle.gov

    시애틀 최저시급 인상, 그 후

    2014년 6월 2일(현지시간)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이 시애틀 시의회를 통과하자, 에드 머레이 시장은 "오늘 우리는 미국의 나머지 州가 따를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법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2021년까지 최저 시급을 15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50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하는 대형 업체는 의료보험 제공 여부에 따라 2017년 또는 2018년 1월까지 임금을 인상해야한다. 소규모 사업자는 2019년 또는 2021년까지 임금을 인상해야한다.

    법안 통과 당일, 시애틀 지역 일간지 시애틀 타임스(Seattle times)는 최저시급 15달러 법안이 통과되기 까지 노력한 시민 운동가들과 그 혜택을 입게 된 노동자들의 흥분한 목소리를 소개했다. 이들은 "진보적인 시장과 시의회가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해 약속한 결과였다"고 호평했다.

    시애틀 타임스는 최저시급 15달러 정책 도입 1년 후 최저시급이 11달러로 올랐을 때도 우호적인 평가를 내놨다. 신문은 시애틀의 한 레스토랑을 소개하며 "최저임금 인상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직원들의 월급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휴식시간도 늘어났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시애틀 타임스는 전혀 다른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시급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좋은 아디디어가 아니다'고 답한 반면, '여전히 좋다'가 34%, '두고 봐야한다' 8%, '처음엔 지지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가 2% 등으로 나와,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최저 시급 15달러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2년 사이에 시애틀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 6월30일 시애틀타임스의 여론조사, 응답자의 54%가 최저시급 인상이 좋지 못한 아이디어라고 응답했다.   ⓒ The Seattle Times 캡처
    ▲ 6월30일 시애틀타임스의 여론조사, 응답자의 54%가 최저시급 인상이 좋지 못한 아이디어라고 응답했다. ⓒ The Seattle Times 캡처

    최저 시급 15달러에 대한 미국 언론의 분석 보도

    폭스뉴스는 시애틀이 최저임금 인상을 시행한 뒤 한 보도에서 "최저시급이 11달러로 인상됨에 따라 음식값도 덩달아 올랐다"고 보도했다. 댄 스프링거(Dan Springer) 폭스뉴스 기자는 시애틀 연어료리 식당 등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을 조사,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내놨다.

    스프링거 기자는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에도 머레이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함께 시애틀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머레이 시장의 트윗에 대해 "19달러 이하의 최저시급을 받는 노동자는 예외로, 저임금 노동자들은 오히려 고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시애틀 인금인상에 대한 美대학들의 상반된 연구를 소개하며 둘 다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뒤 "임금 인상 이후 음식값은 올랐지만 고용은 줄지는 않았다"는 시애틀 시민의 발언을 인용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시애틀이 최저임금 인상 조치를 단행할 때마다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지적하며, "임금이 더 올라간다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해고될 수 있으며, 이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파괴적"이라고 지적했다.

  • ▲ 작년 12월부터 아마존(Amazon)이 미국 시애틀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고'(Amazon go) ⓒ Amazon
    ▲ 작년 12월부터 아마존(Amazon)이 미국 시애틀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고'(Amazon go) ⓒ Amazon

    최저시급 인상 이후 기업들의 반응...무인화·자동화 가속화 

    시애틀이 2015년부터 '최저시급 15달러로 단계적 인상' 정책을 시행하자, 이곳에서 사업하는 대기업들은 단순노무직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무인화를 추진하는 대표적 기업은 맥도날드와 아마존 시애틀 지점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조기 도입하는 한편 최저시급 인상에 적법하게 대응하는 방안으로 '무인화'를 선택했다.

    맥도날드(Mcdonald's)는 2016년 11월 시애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맞서 '키오스크(Kiosk)'를 통한 무인 주문기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포춘 등 美경제 매체들은 "맥도날드가 15달러 시급 인상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근로자를 대신할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 또한 2016년 12월 시애틀에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Amazon go)'를 열었다. 포브스는 '아마존 고의 등장은 시급 15달러 인상과의 전쟁(The Fight For $15 Minimum Wage)'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아마존이 미국 최대 식료품 체인 '홀푸드 마켓'을 인수하자 "홀푸드 마켓을 무인화할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관측했다. 뉴욕타임스는 "최저임금보다 무인화 비용이 비싸다면 아마존은 이런 기술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 배송도 시애틀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지날 6월 드론 배송 시스템 도입을 위해 특허 받은 건물을 공개했다. '드론 하이브(Drone Hive·드론 벌집)'라고 이름붙인 건물은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와 함께 무인화 사업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 지난달 23일 아마존은 드론 배송을 위해 구상한 '드론 벌집'을 공개했다  ⓒ Amazon
    ▲ 지난달 23일 아마존은 드론 배송을 위해 구상한 '드론 벌집'을 공개했다 ⓒ Amazon

    최저임금 인상 이후 나타난 시애틀의 우울한 경제 성적표

    미국 언론들의 보도만으로는 '최저시급 인상'에 대응해 '무인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흐름을 믿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계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제 '단순노동의 무인화'는 대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University of Washington) 연구팀은 지난 6월 '최저임금 인상, 임금, 저임금 노동자: 시애틀 사례' 보고서를 통해 최저시급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주립대 연구팀은 시애틀 市의 최저시급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6.8%, 약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말한 저임금 근로자는 시간당 13~19달러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시급이 오르자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단순히 시급만 보면 노동자 임금은 3% 상승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급이 9% 오르면서부터 근로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결과적으로는 근로자의 연간 소득이 125달러 감소했다.

    연구팀은 '일자리 무인화' 가능성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하다"며 "조건만 되면 무인화로 대체될 수 있다"(This work could, in some circumstances, be automated)고 결론내렸다.

    이 연구에 참여한 예카테리나 자딘(Ekaterina Jardim) 워싱턴 주립대 교수는 "최저시급 인상이 美경제학계가 예상하는 것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워싱턴주립대 연구팀 보고서에 실린 일자리 수, 근로시간 자료. 'Number of Jobs'가 일자리 수를 나타낸다. 자료에 따르면 $13, $19의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었다. Total Hours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나타낸다. 자료에 따르면 $13, $19의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감소했다.ⓒ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 워싱턴주립대 연구팀 보고서에 실린 일자리 수, 근로시간 자료. 'Number of Jobs'가 일자리 수를 나타낸다. 자료에 따르면 $13, $19의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었다. Total Hours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나타낸다. 자료에 따르면 $13, $19의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감소했다.ⓒ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美언론의 시애틀의 최저시급 인상이 초래한 문제점 보도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7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칼럼에서 시애틀의 저임금 노동자 문제를 지적하며 보완점을 제시했다. 그는 "워싱턴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대폭 감소했다"며 "연구가 기존 학설을 부인했지만 전반적 연구 결과는 납득할만하다"고 인정했다.

    USA TODAY는 '우리의 의견'이라는 사설에서 "최저 임금을 인상하려는 여타 州정부는 시애틀의 사례를 본보기 삼아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미국 州정부들이 시애틀에서 발생한 변화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주립대의 연구에 대해서는 "하나의 연구로 전체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폭스 뉴스는 제이콥 빅돌(Jacob Vigdor) 워싱턴 주립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시애틀 경제가 성장한 것은 맞지만 최저시급 인상이 저소득 근로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워싱턴 주립대 보고서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시애틀과 인근 지역 사례를 '비교'함으로서 최저시급 인상이 가져온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 시애틀 시장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호의적인 논문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폭스뉴스 보도, 영문 자막의 내용은 최저시급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이 나오기 전 시애틀 정부가 먼저 최저시급 인상을 긍정하는 연구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 Fox News
    ▲ 시애틀 시장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호의적인 논문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폭스뉴스 보도, 영문 자막의 내용은 최저시급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이 나오기 전 시애틀 정부가 먼저 최저시급 인상을 긍정하는 연구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 Fox News

    폭스 뉴스는 워싱턴 주립대 보고서에 대한 시애틀 시장의 정치적 대응도 보도했다. 에드 머레이 시장은 리치(Reich) UC버클리대 교수에게 연락해 최저시급 인상에 호의적인 내용을 담은 논문을 요구했다고 한다. 머레이 시장은 리치 교수와 보고서 내용을 협의했으며, 교수에게 보고서 마감시간도 지정했다는 점을 밝혔다.

    최저시급 인상을 요구하는 흐름은 미국,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그 선례를 보고 현실적이면서 부수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美시애틀의 사례를 본 美주요 언론들의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