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성향 고려했을 가능성도… 정상회담 메시지에 주목
  • G20정상회의 참석을 겸해 독일 공식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에서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G20정상회의 참석을 겸해 독일 공식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에서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무력시위'로 맞불을 놓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순방 첫 일정에서 다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북한은 우리 측의 대화 제안을 일축하며 나날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반면 우리 측은 모처럼 행한 '무력시위'의 효과가 확인되기도 전에 다시 "대화 강조" 노선으로 선회해, 지나치게 '온탕냉탕'을 오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공식방문의 일환으로 베를린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현지 동포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직전에 열렸던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 재개에 대한 미국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했다며 "동포 여러분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북핵 문제에 대한 걱정도 좀 해소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G20정상회의에서도 성과가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오전 독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이른바 '정의용~맥마스터 핫라인'을 통해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사격을 제안해 북한의 도발에 '맞불'을 놓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로 향하는 11시간의 비행이 끝나자 다시 대화를 강조하는 원래의 노선으로 돌아선 것이다.

    국군의 현무-II와 미군의 ATACMS 지대지 미사일의 동시 사격으로 평양 정밀타격의 능력을 간만에 과시한 의욕적인 무력시위에 비하면, 북한의 반응이 나오기조차 전에 너무 빨리 대화를 강조한 게 아니냐는 실망 여론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재독동포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대화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유럽 방문인 만큼 이날 행사장에는 이른바 '촛불청구권' 성향에 가까운 참석자들이 많이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세월호 진상규명 지지한다' '선체조사위 출범 감사하다' 등의 노란색 펼침막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곳 베를린도 한겨울에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많은 분들이 촛불을 들어줬다고 들었다"며 "동포 여러분이 느끼기에 촛불혁명 이후 독일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만나는 분들마다 촛불혁명을 부러워하며 찬사를 보내주더라"며 "광장민주주의의 승리가 외교무대에 선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포 대표로 환영사를 한 박선유 재독한인총연합회장도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촛불혁명과 평화로운 정권교체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뵙게 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격"이라며 "재독한인 5만 동포는 문재인 대통령의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새로운 대장정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미진 베를린공대 한인학생회장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고 했는데, 공약을 다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대통령에 당선되신 순간, 이미 많은 것을 이뤄주셨다"고 거들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대북 대화와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에서도 성과가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가 한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만큼 6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시진핑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또다른 메시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안전지킴이센터 설치 △동포 2세대 우수 인재 장학금 지원 △한글학교 적극 지원 △재외동포 선거제도 대폭 개선 등 국외동포들의 민원에 관한 수용 의사를 밝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재독 동포들은 지난달 현충일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파독광부·간호사를 "대한민국의 애국자"라고 지칭해준 것에 사의를 표하면서, 독일의 경제수도인 프랑크푸르트에 한국문화원을 신설해달라고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