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상회담, 겉과 속 같을까?  

    문재인-트럼프 두 대통령들의 정상회담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한-미 동맹 자체는 중시하기로 했으면서도 각자가 가고 싶어 하는 길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 만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제시했다.

    ‘단계적’이란 일단 핵 폐기 아닌 핵 동결을 추구하고, 그 후 북이 핵 폐기를 향한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북에 무엇을 줄 것인가를 협의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포괄적 접근’이라는 용어다.

    일괄타결, 포괄적 접근이란 개념을 만든 원조(元祖)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북한이 원하는 것 전체,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우리 측의 전향적(轉向的) 자세 전체를 놓고 일괄타결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이 원하는 것 전체를 우리가 받아들이거나 적당히 중립적으로 반죽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안보상의 위험을 안겨줄 우려가 있다.

    북한이 원하는 미-북 평화협정, 주한미군의 성격변화 또는 철수, 한-미 동맹 해체, 남북 연합제,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우리가 무얼 믿고 흥정대상에 올려줄 수 있단 말인가?

    포괄적-일괄타결이라고 하지만,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우리는 벽돌 쌓듯 평화를 다질 디테일한 조치에 하나씩하나씩 합의해 그것을 기초로해서 더 큰 협력과 통일기반 조성으로 가자는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접근방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할 건지 안 할 건지를 택일하라“는 투로 질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악역을 대신해 준 따짐이었다. 회담 4시간 전에는 중국 단둥은행에 대한 자금세탁 우려기관 지정을 발표했다. 중국의 대북제재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미국 스스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는 ’단계적-포괄적‘ 접근이 아닌, 응징과 제재와 불신과 배척의 길인 셈이다.

    미국은 이견과 차이를 분명히 하면서도 형식적 측면에서는 정중하게 한국 대통령을 대접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동맹국의 예의를 지켰다. 그러니 양국 간에 혹시 무슨 좋지 않은 잃이 생기면 그건 우리 탓이 아니다"라는 전제를 깔아놓은 셈이다.

    한국 측 역시 부드럽고 정중하게 대함으로써 노무현 정부 때의 거친 흠결을 피해가려 했다.

    거친 악역은 그 대신 대통령 특보 문정인이 대행했다.

    결국 양 쪽 다 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친구라는 외형을 보여주면서도 생각은 제각각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서울에서는 반미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포위하는 인간 띠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미국 대사관은 한국 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오히려 이게 오늘의 한-미 관계의 냉엄한 현실 또는 가까운 미래 아닐런지...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7/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