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대테러 업무 근간은 국내정보파트...새정부, 국정원개혁 방향 재설정 필요

  •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의 총격신, 단발머리 휘날리는 여배우의 육박전, 이와 중 싹트는 사랑. 가상의 국가정보원 요원의 활동을 담은 첩보액션 드라마 ‘아이리스’(IRIS)의 장면이다. 대테러 임무를 맡은 배우 김태희와 이병헌은 북파공작원의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목숨까지도 걸었다. 명장면 '사탕 키스'로 최고 시청률 41%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리스의 모델은 국가정보원(NIS)이다. 국가정보원은 우리나라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국가정보원법 제3조에 따라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국정원 요원은 국민들의 안위를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아이리스가 종방하자 국가정보원은 못내 아쉬워했다. 국정원장은 이병헌, 김태희 등 주인공 5명에게 '국정원 명예요원증'을 수여했다. 제작사는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국정원은 “아이리스가 드라마를 통해 국정원의 위상을 높이고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드러선 이후부터는 이런 드라마가 제작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모델이 되는 국정원 활동이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특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상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도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새 정부의 법무장관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독재시대 유물이며, 사상적으로 편향성이 있고, 국제법을 위반하며, 정치적 다원주의에 어긋나며 反헌법적라는 이유에서다. 그가 속한 단체의 성명서, 언론기고문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자유사고에 대한 족쇄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도 말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이 존속돼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남북대치, 북한이 남침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 국보법이 대한민국 안전을 수호하는 보루(堡壘)라는 것이다.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통일선결조건으로 국보법폐지를 주장하며 우리에게 무장해제에 가까운 요구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보법 폐지로 안보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리스에는 첩보전의 생생함 전달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이 묻어나있다. 제작진은 국정원에 직접 자문을 구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제작진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현역 군 장교를 장면의 연기자로 출연시켰을 정도였다고 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국정원활동이 축소된다면 아이리스 같은 작품을 우리가 즐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